1999년 봄 정규 1집 타이틀곡 ‘약속’으로 데뷔한 김범수는 데뷔초기 ‘얼굴 없는 가수’로 통했다. ‘약속’과 2집 ‘하루’에 이어 3집 ‘보고 싶다’가 빅히트를 거듭했지만 방송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다소 각진 얼굴과 찢어진 눈매 등이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한 전 기획사의 전략 때문이었다.
13일 방송된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출연한 김범수는 “1집 데뷔 당시 주위 동종 업계 관계자들이 ‘비주얼이 판치는 음악시장에서 무슨 결과를 얻으려하나’라며 외모 때문에 방송 출연에 애로가 있었음을 털어놨다. 앨범 재킷을 촬영할 때면 얼굴을 더 가리라고 요구하는 사진작가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있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방송에 출연하면 ‘개구리효과’로 인기를 얻는데 나는 오히려 ‘두더지 효과’로 묻혔다”면서 “제작자들이 ‘범수야 넌 훌륭한 오디오 가수가 되라’고 조언하더라”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이제는 웃으며 얘기하게 됐지만 “그때는 다 상처였다”고 담담히 덧붙였다.
◇의상에서 퍼포먼스까지 완벽한 준비.‘나가수’의 ‘비주얼종결자’로 등극하다
그런 그가 데뷔 10여년만에 ‘인생역전’을 맞았다. ‘나가수’는 숨겨졌던 그의 ‘외모’와 ‘매력’.‘끼’를 발산하는 장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션곡의 편곡 느낌에 따라 무대의상과 퍼포먼스까지 철두철미하게 기획하는 ‘준비성’이 바탕이 되고 있다. 소속사측은 “요즘 방송에 입고 나오는 의상이 관심을 받으면서 김범수가 부담도 느끼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12일 방송된 ‘나가수’에서 김범수는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면서 파격적으로 술달린 흰색 상의와 나팔바지. 셔터 선글라스를 코디했다. 파워풀한 보컬과 파격적인 무대의상. 신나는 퍼포먼스가 결합된 김범수의 ‘님과 함께’는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결실을 맺었다. 소속사측은 “이날 의상도 김범수의 머리에서 나왔다”면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제임스 브라운의 의상을 혼합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측에 따르면 김범수는 당초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일을 꿈꿨지만 ‘내가 따라하기에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너무 잘 생겼다’다고 생각해 제임스 브라운을 찾았다. 빅히트곡 ‘아이 필 굿’(I Feel Good)으로 유명한 제임스 브라운은 솔의 대부. 펑크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흑인 뮤지션. 김범수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쌍벽’을 이뤘던 제임스 브라운이 자신의 이미지와 더 잘 맞고 닮기도 했다면서 두 사람을 혼합하는 의상 컨셉트로 가자고 건의했다. ‘님과 함께’의 막바지에 다리를 찢는 퍼포먼스도 제임스 브라운의 동영상을 보고 차용했다. 앞서 조관우의 ‘늪’을 부를 때도 김범수는 “곡의 느낌과 잘 어울릴 것 같다”며존경하던 고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화이트 수트를 입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나가수’를 통해 호감도가 급상승한 김범수는 ‘비주얼 종결자’라는 타이틀에 대해 의아해 하면서도 즐거워하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는 “김범수도 팬들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살다살다 별일이 다 있다’면서 웃는다”고 전했다.
김상호기자 sangho94@sportsseoul.com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