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사 국정 교과서’로 또다른 갈등 부를 텐가

[사설] ‘한국사 국정 교과서’로 또다른 갈등 부를 텐가

입력 2013-11-07 00:00
업데이트 2013-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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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이번에는 국정(國定) 전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제는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가세해 “국정 교과서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정 총리는 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워낙 다양한 역사관이 있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통일된 국사 교과서가 필요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감한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을 수도 있는 발언을 한 것은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한다. 그럴수록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논의는 편향성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시비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에서 다양성을 보장하는 검정(檢定) 체제로 전환한 것이 2003년이다. 역사는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교사와 학생에게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과 10년 남짓 만에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한 대립이 민주 사회가 가진 장점의 하나인 다양성을 외면하는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08년 금성출판사 교과서 등의 좌 편향 논란과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의 우 편향 논란은 공세 주체만 맞바뀌었을 뿐 다르지 않은 논리로 서로를 부정하고 있다. 말로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실제로는 이념의 벽에 가로막혀 나와 다른 견해는 조금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제 우리 사회 구성원이 예외없이 동의하는 한국사 교과서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런 만큼 국정교과서로 되돌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훤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은 한국사 교과서를 새로 쓰려 할 것이고, 이념을 달리하는 세력의 반발은 훨씬 거세질 것이다. 무엇보다 당장 8권의 한국사 검정교과서를 폐지하고 대신 사용할 한 권의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은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부를 뿐이다. 정부는 검정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국정교과서 전환은 명분이 약하고, 실리도 없다.

2013-11-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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