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포기 의지 보여야 6자회담 의미 있어

[사설] 북핵 포기 의지 보여야 6자회담 의미 있어

입력 2012-03-05 00:00
업데이트 2012-03-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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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미 간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베이징 고위급회담 직후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당시 양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와 미국의 영양 지원 등 6개항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의 말이 바뀌면서 다 된 줄 알았던 밥이 뜸이 덜 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대가는 챙기고 뒤로는 핵개발을 계속하는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북의 비핵화 의지부터 확인하기 바란다.

우리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중단 합의를 발표했을 때 큰 기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후 북측은 그런 핵활동 중단을 유예(모라토리엄)라고 표현한 미국과 달리 ‘임시 중단’으로 해석했다. 향후 북·미 대화가 그들의 의도대로 안 되면 언제든 핵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위협이었다.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속내가 핵 포기가 아니라 각종 지원을 얻는 데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에 대한 오판으로 첫 단추를 잘못 채워 6자회담 테이블이 삐걱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측이 6자회담의 합의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든 전례가 어디 한두 번이었나.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공동선언 때가 그랬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돼야 경수로 지원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미리 천명한 것은 당연하다. 북·미 간 제네바 회담을 멀거니 지켜보다가 대북 경수로 건설 프로젝트만 떠맡았던 악몽을 떠올려 보라. 북한이 그 공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감쪽같이 우라늄 핵개발을 강행하면서 우리는 엄청난 예산만 날린 뼈아픈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

까닭에 정부는 6자회담 석상에 앉기 전에 북한의 분명한 핵포기 의사를 판독해야 한다. 마침 이번 주중 뉴욕에서 남북 6자회담 대표가 조우한다니 안성맞춤의 기회다. 물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북 영양지원 카드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종전처럼 쌀 등 알곡 위주의 식량지원에 비해 북한 당국이 전용할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 해제나 대규모 지원은 북한의 비핵화 실천 조치를 보면서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2012-03-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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