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어느 전략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초 의도대로 효과를 내자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언 에어즈 예일대 교수는 당근과 채찍을 제대로 사용하려거든 ‘보상과 처벌’이라는 단순 이분법적 차원을 넘어서라고 한다. 인간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저서 ‘당근과 채찍’에서 미국 최대의 온라인 신발업체인 자포스의 예를 들고 있다. 자포스는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직원들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지금 자진 사퇴하면 2000달러의 보상금을 주겠다.” 그러나 무려 98%가 이 제안을 거절하고 회사에 남기를 선택한다. 그리고 스스로 달콤한 제안을 거절한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더 큰 기대와 비전을 갖게 되어 동기 부여와 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고 엄청난 효과를 거두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단순히 큰 당근일수록 효과적일 것이란 상식은 여기서 무너지고 만다.
또 여러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려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라고 한다. 예를 들어 확실한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광고보다는 요금청구서의 형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의 15만 가구를 대상으로 요금 청구서에 ‘같은 평형대에 사는 이웃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해 넣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자신들의 낭비를 알게 된 상위 10%에 속하는 과다 사용자들의 에너지 사용량이 급감하는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렇듯 ‘당근과 채찍’ 전략은 인간의 여러 성향을 잘 파악해 그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당근과 채찍의 크기와 강도는 물론이고 양자를 어떻게 배합하느냐가 중요하다. 너무 작은 당근도, 큰 채찍도 문제이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당근 없이 채찍만 사용하는 경우와 같이 채찍 없이 당근만 사용하는 경우도 좋은 전략이 아니다. 당근이 일상화되면 갈수록 그 효과가 작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당근이 없어질 경우의 성과 하락은 불문가지이다.
미래에는 더 이상 ‘당근과 채찍’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고 한다. 왜일까? 앞으로 사람들은 일하는 동기나 자세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채찍이 싫어서도 아니고 당근이 좋아서도 아니다. 그저 일이 좋아서, 일하는 즐거움을 좇아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당근과 채찍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런 제안을 하는 사람의 심리는? 또 그걸 받겠다는 사람의 자세는? 결국 당근과 채찍은 이미 상하관계가 정해져 있고 갑이 을을 물질적으로 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질적인 보상이 없으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그런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까?
지구는 둥글지만 세상은 갈수록 평평해지고 있다. 평평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가 평등하다. 무슨 일을 하든 과거와 같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어 공동의 과업을 실현해 간다. 이런 사람들에게 채찍으로 독려하고 당근으로 미끼를 던지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채찍이 싫기도 하지만 당근을 꼭 원하는 것도 아니다.
채찍과 당근 이전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당근보다 더 중요한 사람의 마음, 마음만 통하면 무슨 일이든 대가 없이도 할 수 있는 세상, 그게 바로 미래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살아갈 미래 사람들, 지금보다는 많이 다를 것이다. 이제 당근과 채찍을 넘어 한 차원 높은 전략을 구상할 때다.
2013-05-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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