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사상최대 영업정지…상반기 실적에 ‘빨간불’

이통사 사상최대 영업정지…상반기 실적에 ‘빨간불’

입력 2014-03-07 00:00
업데이트 2014-03-07 15:5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스마트폰 시장 당분간 ‘빙하기’ 올 듯

미래창조과학부가 7일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인 이동통신사들에 45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부과함에 따라 이통사들의 상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통사에 대한 영업정지는 2001년 당시 SK글로벌에 3개월 처분이 내려진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3개 업체 모두에 내려졌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이통사들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오히려 이통사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일단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KT가 순차적으로 영업정지에 들어갔을 때 증권사들은 하나같이 이들의 영업이익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번 영업정지를 두고서도 통신·전자업계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작 이번 조치가 가장 부담스러운 곳은 이통사가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사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실제로 LG전자와 팬택은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통사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 이통사들은 오히려 이득을 보고 스마트폰을 판매해야 하는 제조사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는 건의를 전달한 바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되면 이통사 수익은 오히려 좋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업정지 기간이 길어지면 마케팅 비용뿐 아니라 매출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실적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가입자 이탈에 따른 요금 매출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과거의 (상대적인) 단기 영업정지와 장기 영업정지는 영향이 다르다”며 “매출액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 마케팅 비용 절감을 상쇄하고 오히려 이익률도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나홀로 영업정지’를 받았던 KT는 3분기에 가입자수가 순감하고 매출이 하락했다. 당시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개선됐지만, 이는 미디어·콘텐츠·금융·렌탈 등 비통신 분야의 선전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번 영업정지는 상반기 기대 제품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5의 출시일과도 맞물리면서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11일 출시되는 갤럭시S5가 영업정지 기간에 시장에 풀리게 되면 신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해당 기간에 이용하는 이동통신사를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영업정지 기간에 이통사간 가입자 이동(번호이동)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의 순차 영업정지 때는 한 사업자씩 돌아가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나머지 두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며 오히려 시장이 과열되는 결과가 있었지만, 올해는 두 사업자를 짝지어 영업정지를 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한 사업자가 가입자를 늘리려고 불법 보조금을 얹었을 때 쉽사리 적발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뿐만 아니라 한동안 경쟁이 없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굳이 보조금을 얹어 영업을 해야 할 요인도 사라진다.

이는 시장점유율 50% 마지노선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 있는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다소 다행스러운 구조이고, 5:3:2 구조를 깨뜨리는 것이 목표인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구조다.

이동통신사들은 하나같이 이번 영업정지 조치가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도 각기 상대 이동통신사를 견제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KT는 “그동안 이용자 차별·이동통신 시장 황폐화 등 보조금 과열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는 시장 혼탁 주도사업자에 대해 단독으로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해 재발방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계열 알뜰폰 사업자를 통한 우회모집, 자사 가입자 모집을 위한 부당지원 등에 대한 감시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일부 허용된 기기변경을 악용한 우회영업 등도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경쟁사를 겨냥한 입장을 내놨다.

SK텔레콤은 “통신시장이 출혈적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을 위한 상품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고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짧게 입장을 말했다.

이통사들은 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조속한 처리가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한편 이번 영업정지로 각 이통사 대리점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없을 전망이다. 대부분 대리점은 휴대전화 판매 외에도 액세서리 판매 등 부가 수익이 있는 데다 이번 영업정지가 벌써부터 예상돼 긴축 등 준비를 해왔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영세한 판매점은 이번 영업정지 기간에 문을 닫는 곳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