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서민에게 세금 더 거두나” 불만 폭발

직장인들 “서민에게 세금 더 거두나” 불만 폭발

입력 2013-06-28 00:00
수정 2013-06-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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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과세 금융상품 축소 방침에 은행창구 문의 빗발

중소기업 과장 김모(37)씨는 3년 전 결혼하면서 매월 20만원씩 납입하는 장기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 장기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15.4%)를 면제받는 상품이다. 김씨는 10년간 납입한 뒤 10년간 묻어뒀다가 은퇴할 때쯤 목돈으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원금 2400만원에 이자소득 1445만원(연 3.9% 기준)을 합치면 총 3845만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방침대로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 김씨는 223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거의 1년치 납입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씨는 27일 “한 푼이라도 아껴 보려고 비과세 상품을 찾아 가입했는데 황당하다”면서 “부자가 아니라 우리 같은 서민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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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각종 세금 우대 금융상품에 대한 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 26일 공청회를 열고 금융소득에 대한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 등을 담은 기획재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이를 대체로 수용할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부터 세금우대종합저축이 폐지되고, 장기저축성보험은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부동산·선박·해외자원 개발펀드가 종합소득세 분리과세 대상으로 바뀌고 생계형 저축은 소득과 자산 보유 요건이 강화된다.

27일 시중은행 창구와 고액자산관리(PB)센터에는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자산가는 자산가대로, 서민들은 서민대로 비과세·감면 혜택이 사라질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생계형 저축이나 세금우대 종합저축에 가입한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다. 소득에 관계 없이 60세 이상 노인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 자산가나 서민이나 모두 애용하는 상품이다. 송모(69)씨는 “은행원이 추천해줘서 퇴직금 중 일부를 떼서 예금으로 묶어뒀는데 이제 이마저도 없어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 발표대로 세금 우대 혜택이 사라질 경우 실제로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서민들이다. 농·수협 조합 출자금과 예탁금, 생계형 저축, 세금우대 종합저축 모두 각각 3000만원씩 비과세가 적용돼 최대 900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은퇴생활자와 직장인 상당수가 이런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안병창 우리은행 상품개발부 부부장은 “은행에서 예·적금을 들러 오는 고객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게 비과세 상품이다”면서 “목돈을 모으려는 일반 직장인들은 앞으로 세금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항영 외환은행 PB팀장(세무사)은 “자산가들이야 브라질국채, 물가연동국채 등에 투자하면 되지만 서민들이 애용하는 예·적금 중 비과세 상품은 이제 재형저축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거나 세금이 매겨지더라도 차라리 수익이 높은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흥두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올 초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 금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상당수 자산가들은 이미 대비를 해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PB들은 주식형 펀드, 물가연동국채, 브라질국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동주 농협은행 펀드마케팅팀 차장은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는 과세 상품이지만 연 2~3%의 고정이자를 받을 수 있어 비과세 혜택을 받았던 일반 예금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의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주식형 펀드를 추천한다”면서 “주식·채권 혼합형이더라도 주식 부분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항영 팀장도 “비과세 협약이 맺어져 있는 브라질국채나 물가연동국채 등이 추천할 만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황철중 IBK투자증권 세무사는 “2억원까지 비과세였던 장기저축성보험에 대한 문의가 특히 많다”면서 “매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지급식 ELS, 분기지급 CP(기업어음), 브라질채권으로 많이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이자 소득을 분산하는 게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연구위원은 “앞으로는 절세 혜택을 누리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비과세를 기대하기보다는 수익성 높은 투자처를 선호하는 고액 자산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6-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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