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절전대책 부심…책임 떠넘기기엔 불만

기업들 절전대책 부심…책임 떠넘기기엔 불만

입력 2013-05-31 00:00
업데이트 2013-05-3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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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순찰·강제소등·위기대응 등 절전 프로그램 마련일부에선 “넥타이 풀고 에어컨 끄는 것 말고 대책 있나” 냉소도

위조 부품 파문으로 촉발된 무더기 원전 가동 중단 사태로 올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도 절전 대책을 마련하느라 머리를 짜내고 있다.

그러나 실내온도 조정과 복장 간소화, 불필요한 전등 소등 등 캠페인성 절전 프로그램과 비가동 설비의 전원 차단 외에는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관리·감독을 잘못한 탓에 원전의 총체적 부실과 함께 전력 위기가 도래했는데 절전 책임은 애꿎은 기업과 시민에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없지 않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나 강제절전 등을 시행하게 되면 결국 기업들만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며 볼멘소리도 하고 있다.

◇ “대기업 탓에 전력위기 온다면 곤란”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31일 “이번 전력 위기의 책임은 전력 당국에 있는데 정부의 처방은 결국 국민과 대기업에 굉장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블랙아웃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 하니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겠지만 이런 과정에서 대기업이 전력을 많이 써서 위기가 생긴다고 호도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식의 담론이 또 퍼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는 세계적으로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문제가 비용 증가 요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별다른 대책이 없다며 안이하게 대처하는 업계들도 있다.

늦더위에 전력 수요가 몰렸던 2011년 9월 정전사태를 겪기도 했던 한 대기업 사옥의 입주사 관계자는 “전력사용을 줄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넥타이를 풀고 에어컨을 끄는 것 말고 무슨 대책이 있겠느냐”며 절전 대책에 냉소적인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 ‘끄고, 풀고, 걷기’…결론은 사무환경 절전

기업들은 조업에 쓰이는 산업전력이야 더는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없을 정도로 이미 최대한도까지 에너지 효율을 높여놓은 상태라 결국 사무환경 쪽에서 절전 대책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생산현장 5%, 사무실 10%’라는 절전 목표를 세웠다.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PC와 모니터 코드를 빼고, 창측 조명을 꺼 자연채광 이용하는 등 생활 습관 변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LG전자는 관심·주의·경계·정전 등 전력수급경보 단계별 대응체제를 마련하고, 위기대응 시나리오도 만들어 뒀다.

SK하이닉스는 사업장 내 순찰을 통해 에너지 사용 현황을 감시하는 ‘에너지 암행어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K그룹은 뽑기(플러그), 풀기(넥타이), 걷기(계단), 끄기(점심시간 조명 및 컴퓨터), 지키기(적정 실내온도) 등 여름철 에너지 절약 실천 프로그램에 전 임직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엘리베이터를 격층으로 운행하고 저층은 아예 다니지 못하게 했다.

GS건설은 한여름에도 실내온도를 25도 이하로 떨어트리지 않는다. 향후 전력상황이 악화되면 기준온도를 1도씩 올릴 계획이다.

포스코는 피크시간대인 오전 10∼12시, 오후 5∼7시 내부 조명을 최소 상태로 유지하고 서울 포스코센터는 오후 7시30분 이후 강제소등한다.

현대기아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 고효율 램프 교체 ▲ 지상 및 지하 주차장 절전(주간 50%, 야간·휴일 90% 절전) ▲ 에스컬레이터 센서 설치 ▲ 하절기 정부 권장 온도 유지 ▲ 전력사용 피크시간대 냉방기 가동 자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냉방기기 사용 수칙’을 마련했다. 사용 수칙은 실내 온도를 26∼28도로 유지하고 피크 비상 메시지 수신 시는 냉방기기의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역시 6∼9월에 운항승무원, 객실승무원 등 유니폼을 입는 직원을 제외하고 노타이 근무를 매년 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일찌감치 절전대책에 동참했다.

이마트는 ‘블랙아웃’에 대비해 146개 매장과 2천500개 협력회사가 함께 대대적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벌인다. 이마트는 매장 전력사용 목표를 지난해보다 2천200만㎾h 낮춘 9억1천만㎾h에 맞출 방침이다.

롯데마트도 올해 전력 사용을 지난해보다 7천400만㎾h 줄여 5억1천600만㎾h에 맞출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밤새 상승한 점포 건물 실내온도를 이른 아침의 차가운 공기로 식히기 위해 출입문을 새벽 6시30분에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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