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계획안 인가로 새출발 발판…법정관리 조기졸업 가능성윤석금 회장 두 아들 웅진홀딩스 대주주로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했던 웅진그룹이 지주사 웅진홀딩스에 대한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로 새출발의 발판을 마련했다.대신 한때 교육출판·환경생활·태양광·건설·화학·금융 등 8개 사업군에 14개에 달했던 계열사는 교육출판 부문의 웅진씽크빅과 북센만 남기고 모두 정리된다.
그룹의 간판이던 웅진코웨이는 지난달 매각 작업이 완료됐고, 웅진패스원도 이달 초 매각됐다. 웅진케미칼·웅진식품·웅진에너지 등 남은 주요 계열사들도 매각 대상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룹의 명맥은 유지하지만 사실상 해체나 다름없는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겪게 된 것.
도서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30여년 만에 재계 서열 30위대의 그룹을 키워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성공신화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웅진그룹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팔던 윤 회장이 1980년 자본금 7천만원과 직원 7명으로 세운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이 모태가 됐다.
윤 회장은 책 방문판매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1988년 웅진식품, 1989년 웅진코웨이를 세우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신제품 개발과 경영혁신으로 버텨냈다.
사업 확장을 꿈꾸던 윤 회장은 태양광 사업으로 눈을 돌려 2006년 웅진에너지, 2008년 웅진폴리실리콘을 설립했다.2007년에는 극동건설, 2008년 새한(현 웅진케미칼), 2010년 서울저축은행을 사들이며 건설·화학·금융 분야로까지 발을 뻗었다.
그 결과 웅진그룹은 2011년 총자산 규모 8조8천억원, 매출액 6조1천500억원에 직원수는 4만5천명으로 재계 3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거칠 것 없이 질주하던 웅진그룹은 사활을 걸고 추진한 태양광사업의 부진과 건설경기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초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온 웅진코웨이 매각을 승부수로 던졌으나 이 역시 순탄치 않았다.
예상가보다 2배나 비싼 6천600억원에 인수해 4천400억원을 쏟아붓고도 경영난에서 헤어나지 못한 극동건설이 치명타가 됐다.
결국 지난해 9월 150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극동건설과 함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채권단은 웅진홀딩스까지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이 아닌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윤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를 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그룹 청산 주장까지 제기됐다.
채권단의 압박을 못 이긴 윤 회장은 웅직홀딩스 대표직을 내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중단됐던 웅진코웨이 매각도 재추진됐다.
채권단은 웅진씽크빅과 북센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를 매각해 빚을 갚는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지난 8일 법원에 제출했다.
웅진홀딩스의 회생을 위해 400억원대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윤 회장 측에 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보장해주기로 하는 합의도 이뤄졌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인 형덕(36)·새봄(33)씨는 아버지를 대신해 사재 출연을 하고 감자를 거친 웅진홀딩스 지분 25%를 확보하게 된다.
법원이 22일 회생계획안을 인가함에 따라 본격적인 회생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법정관리 신청 5개월만이다.
계획안대로라면 2015년까지 회생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웅진식품과 웅진케미칼 매각 절차가 연내 종료되면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할 가능성도 있다.
웅진홀딩스는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무를 변제하고 경영을 신속하게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정관리를 마치더라도 경영에 실패한 윤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어려워 두 아들이 남은 계열사들을 이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장남 형덕씨는 웅진씽크빅 경영전략실장, 차남 새봄씨는 웅진케미칼 경영전략팀장으로 있다.
웅진그룹이 2세 경영을 통해 재기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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