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고개 숙여 버스기사 배용주씨에게 사과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인 1980년. 당시 군 법무관으로 복무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버스운전기사 배용주씨가 8일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김 후보자는 참고인으로 나온 배씨의 두 손을 잡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배씨는 “세월히 많이 흘렀고, 모든 것이 좋은 쪽으로, 화해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면서 김 후보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김이수(오른쪽)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후에 속개하기 전 참고인으로 출석한 배용주씨의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 법무관으로 군사재판에 참여해 시민군이 탄 버스를 몰아 경찰관 4명을 숨지게 한 운전기사 배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배씨는 1995년 제정된 5·18특별법의 특별재심제도에 따라 1998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배씨는 또 ‘김 후보자를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전혀 없다. 쳐다보지도 못한다”면서 “2012년 헌법재판관 청문회 때도 몰랐다. 이번에 청문회 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군 법무관 자격으로 군사재판에 참여해 시민군을 태운 버스를 몰아 경찰관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배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 일에 대해 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제 판결로 지금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사과했다. 그는 2012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아무리 엄중한 상황이었더라도 지금 생각하면 잘못된 일”이라는 말로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배씨는 사형을 선고받을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사형 구형이 되니 국선 변론인이 몇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사형 판결이 났습니다. 뚜렷이 누가 나를 감싸주고, 그런 모습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배씨는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한 발포 책임자가 누구냐. 전두환 전 대통령이냐’고 물은 청문위원들의 질문에는 “군인이었다. (책임자로) 올라가면 그렇게 이야기한다”면서 “발포 명령이 없이는 하부에서 국민에게 총을 겨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은 배씨는 ‘5·18 특별법’(1995년 제정)에 근거해 열린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배씨의 행위가 ‘헌정 질서를 수호하려는 행위로서 정당행위로 인정된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후보자는 “얼굴을 뵜더니 선하신 분이다. 저도 깜짝 놀랐다”면서 “이십몇 살 젊은 나이였는데 지금 70세가 넘은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진작 가서 사과했어야 했다”면서 배씨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