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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옵션 공언하고 칼빈슨호는 천천히…트럼프식 北 다루기

군사옵션 공언하고 칼빈슨호는 천천히…트럼프식 北 다루기

입력 2017-04-19 11:29
업데이트 2017-04-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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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압박 극대화하되 군사옵션 후순위’ 대북정책 반영한 듯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직선 코스를 택하지 않고 빙 둘러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을 상대로 군사옵션을 테이블에 올려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도 실제로는 군사적 조치는 후순위에 두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19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칼빈슨호는 현재 호주 북서쪽 해상에 있으며 한반도 해역에는 다음 주쯤에야 도착할 예정이다. 칼빈슨호의 한반도 도착 시점은 오는 25일 전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외신 보도로 알려진 칼빈슨호의 이동 경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외신은 지난 9일 미 태평양사령부를 인용해 칼빈슨호가 싱가포르를 떠나 호주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단행한 직후에 나온 이 보도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고 한반도 긴장은 급격히 고조됐다.

미국 주요 당국자들은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우리는 매우 강한 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칼빈슨호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됐던 ‘태양절’ 당일인 15일에도 한반도와는 한참 떨어진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여러 차례 내놓은 고강도 수사(修辭)와는 달리 한반도에서 군사옵션을 꺼내 들 가능성은 작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정책에서 군사옵션은 후순위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적 압박 강도를 높이되 군사옵션은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북정책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이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옵션을 후순위에 두기로 한 것은 북한이 시리아와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북한은 미국이 약 3만명의 병력을 전진 배치한 동맹국 한국과 대치하며 인구 1천만명의 수도 서울을 장사정포 사정권에 두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한미 양국의 막대한 희생이 불가피한 구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을 압박한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와는 차이가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지난 17일 남북한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DMZ)를 찾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공언함과 동시에 군사옵션을 사용할 조건은 모호하게 남겨 둠으로써 북한이 느낄 두려움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레드 라인’을 설정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내부적인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군사옵션을 꺼내 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전략은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한미 양국과 북한이 한순간의 오판으로 급격히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작 칼빈슨호는 인도네시아 해역에 있는데도 미국의 북한 공격이 임박한 분위기가 퍼졌고 ‘4월 북한 폭격설’과 같은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일본에서는 정부 당국자들이 나서 한반도 위기설을 부채질했다.

북한은 지난 15일 대규모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하는가 하면 이튿날에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하며 맞불을 놨다.

이에 따라 미국과 긴밀히 조율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우리 정부의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부가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내부적으로 지혜를 모아 안정적으로 정세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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