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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도, 통곡도 없었다…2004년과 180도 달라진 ‘탄핵풍경’

몸싸움도, 통곡도 없었다…2004년과 180도 달라진 ‘탄핵풍경’

입력 2016-12-09 18:46
업데이트 2016-12-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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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盧탄핵 가결때는 아수라장…이번엔 차분하고 담담한 분위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9일 국회 본회의장 풍경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던 12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의 격렬한 몸싸움과 고성, 심지어 욕설이 오가는데 가결된 반면, 이날 박 대통령의 탄핵안은 무거우면서도 담담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2004년 3월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상황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은 오전 11시를 넘기자 경호권을 발동해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한명씩 본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욕을 하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의원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는 오후 3시 정세균 의장의 개회 선포와 함께 무겁고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2004년 당시에는 박 의장이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는 순간 야당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지만, 이번에는 정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한 본회의장 안에 또렷이 울려 퍼질 만큼 조용하고 차분했다.

12년 전 제안설명을 맡은 건 민주당 조순형 대표였다. 당시 조 대표는 구체적인 낭독을 하는 대신 “유인물로 대체한다”고 말해, 곧바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었다.

하지만 이날은 국민의당 탄핵추진단장을 맡은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17분간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사항 다섯가지와 주요 법률위배 사항 세 가지 등을 조목조목 읽어내려갔다.

박 대통령 탄핵안 제안설명을 누가 할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탄핵 가결에 전념해야 할 때 야당끼리 이 문제로 다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 아래, 민주당이 양보했다고 한다.

투표가 진행되는 분위기 역시 천지 차이였다.

2004년에는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투표가 진행되는 내내 오열하거나 기표를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치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날 투표는 별다른 고성이나 반발 없이 20대 국회의원 299명이 조용히 줄을 서서 표결에 임했다.

2004년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제외하고 195명이 투표했었다.

하지만 이날은 전체 의원 300명 중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표결에 참여했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주류 지도부와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서청원·홍문종 의원 등도 표를 던졌다.

이날 표결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도 12년 전과 사뭇 달랐다.

12년 전 박 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포했을 때는 야당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향해 구두와 명패 등을 던져 경위들이 나서야 했다.

반면 이날 정 의장이 탄핵안 가결 결과를 선언할 때 방청객석에 앉아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탄성을 내며 눈물을 흘렸지만, 의원들은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박 대통령 탄핵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민주당에서는 소속 의원들에게 법적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표결 인증샷을 공개하지 말고, 가결되더라도 웃거나 악수 등의 행위를 일체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다만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여·야 의원 보좌진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본회의 중계를 지켜보다가 가결이 확정되는 순간 곳곳에서 환호와 함성이 터뜨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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