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부동산” 데이트 대신 임장가는 2030...‘임장크루’ 핫플 가보니

“답은 부동산” 데이트 대신 임장가는 2030...‘임장크루’ 핫플 가보니

김우진 기자
김우진 기자
입력 2024-11-11 18:41
수정 2024-11-1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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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동산 관심 높아지자 ‘임장크루’ 등장
호재 있는 지역 누비며 투자 정보 공유
“눈으로 봐야 부동산 정책 여파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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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사이에서 부동산 투자와 내 집 마련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말이면 임장을 다니는 ‘임장크루’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2024.11.11 연합뉴스
20~30대 사이에서 부동산 투자와 내 집 마련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말이면 임장을 다니는 ‘임장크루’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2024.11.11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양재동 한 거리. 20~30대로 보이는 20여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다 구옥과 신축 아파트가 한눈에 보이는 음식점 앞에 멈췄다. 모임장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설명을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은 현장 체험학습을 나온 고등학생들처럼 연신 메모하고 건물 사진을 찍기 바빴다. 이런 모임에 매달 2~3번씩 참석한다는 직장인 송모(29)씨는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하루빨리 자산을 불리려면 투자가치 있는 부동산이 답”이라며 “최근 가입한 또 다른 임장 모임은 회원이 300명이다”고 전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던 건물관리인 김모(71)씨는 “몇 달 전부터 저런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마라톤 복장은 아닌데, 저렇게 수십명씩 몰려 다니는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느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20~30대 사이에서 부동산 투자와 내 집 마련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말에 데이트하거나 나들이를 가는 대신 부동산 임장을 다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임장크루’라 불리는 이들은 호재가 있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변 편의시설, 학군, 상권 등을 살피고 부동산을 ‘열공’한다. 최근 발표된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고양·의왕·의정부시 등의 그린벨트 해제와 같은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등 부동산 관련 정보를 발로 뛰며 빠르게 알아가는 게 특징이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그린벨트 해제 소식에 최근 내곡지구를 방문했다는 신모(27)씨는 “실현 가능성이나 정책 여파는 눈으로 직접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2년 넘게 만난 연인과 6개월 전부터 주말 임장 데이트를 즐긴다는 이모(28)씨는 “당장 투자 여건이 되지 않지만 돈을 쓰면서 놀러 다닐 바엔 살고 싶은 지역 아파트를 둘러보며 나들이도 하는 게 실용적”이라며 “부동산에 대한 남자친구의 가치관도 알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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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크루가 속속 등장하면서 주말이면 임장 데이트를 다니는 연인들도 생기고 있다. 서울에서 나들이 겸 임장을 즐기는 이모(28)씨는 임장을 나가기 전이면 해당 지역에 관한 공부를 한다. 독자 제공.
임장크루가 속속 등장하면서 주말이면 임장 데이트를 다니는 연인들도 생기고 있다. 서울에서 나들이 겸 임장을 즐기는 이모(28)씨는 임장을 나가기 전이면 해당 지역에 관한 공부를 한다. 독자 제공.


20~30대의 주 투자처는 이미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주택 자금조달계획서상 자금조달 방법별 구분’ 자료를 보면, 주식과 채권을 팔아 집을 산 20~30대는 2022년 5.9%에서 올해(1~8월) 17.0%로 늘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임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나 전문가를 만날 수 있는 모임 형식을 취해 내공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목돈을 모으려 주식투자를 해도 변동성 불안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도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장은 청년층이 부동산을 공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지만, 과도한 관심이 투자 과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매가는 정체고 전세가는 오르고 있어서 ‘갭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 수밖에 없다. 자칫 과도한 투기가 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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