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최정숙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 허군 여사. 가족 제공
“학교를 세우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어머니는 ‘우리 희생허연 여러사람 조암신예(좋아졌네), 우리만 잘 살민 안된다. 다같이 잘 살아사주’ 라고 말씀하셨어요.”
제1회 최정숙상에 서귀포 삼성여자고등학교 설립을 위해 전 재산을 쾌척한 고(故) 허군(1911~2004) 여사가 선정됐다.
최정숙상을 수상한 허 여사의 셋째아들 고창훈 제주대명예교수(세계환경사회거버넌스학회장)가 지난 20일 신성여자중·고등학교 샛별체육관에서 신성학원이 주최한 제1회 최정숙상 시상식에서 가족을 대표한 수상소감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여사는 1975년 당시 김황수 교육감이 서귀포시에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부족해 10여명의 지역유지를 찾아가 고등학교 건립을 요청했으나 아무도 선뜻 학교설립에 나서지 않는다는 고충을 듣고 흔쾌히 설립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해 공부에 목말라 하던 허 여사는 교육감과 남편조차 큰 돈이 든다며 말렸지만 “나의 평생 소원은 바로 여성을 위한 학교설립”이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허 여사는 결국 1920년대 일본에서 재봉공장 노동자로 아끼고 저축한 돈에 귀국 후 농사와 제충국 약초재배와 장사로 일궈낸 전 재산을 쾌척해 1975년 7월 학교법인 삼성학원을 설립했다.
허 여사는 당시 고려대학교 조중연교수에 의뢰, 학교법인 삼성학원의 이름 ‘삼육성화(三育聖化)’를 받았고 ‘생육득도(生育得道:사람을 키우는 교육에 헌신함으로써 도에 이른다)’의 학교운영 방침을 정했다.
허 여사는 남편 고원근 씨와 함께 4형제를 설립자로 내세우고 서로 돌아가면서 민주적으로 운영하라는 설립자규약까지 제정했다.
고 교수는 “어머니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은 겸손과 희생정신, 함께 나가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셨다”고 “신성학원이 어머니의 뜻을 되새겨주셔서 큰 상을 주셔서 이 상을 하늘의 어머니께 바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최정숙상은 제주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 교육감이었던 최정숙을 추모하고 여성교육의 선구자적 업적 및 나눔과 베풂의 실천 정신을 계승·발전 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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