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인권위 ‘우범소년’ 폐지 권고
법무부도 “과도한 처분 폐지” 발표
올해 9월 기준 우범소년 72명 수감
코로나 이전 40명대…오히려 증가
박지원 의원 “우범소년 제도 개선 시급”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지난 17일 대전 서구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2024.10.17. 연합뉴스
정부가 ‘우범소년’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공표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일선에선 이 제도의 활용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만 지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우범소년으로 분류, 소년원에 수감하는 인원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법무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9월 현재 소년원에 수감된 우범소년 수가 72명이라고 밝혔다. 2019년 54명이던 소년원 내 우범소년 수는 코로나 기간인 2021년 27명, 2022년 40명 수준을 유지하다 코로나19 이후부터는 2023년 77명, 지난 9월 기준 72명으로 70명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이들 가운데 사회복귀 처분을 받아 소년원에서 풀려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중증 정신질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였다.
우범소년들이 소년원에 갇혀 지낸 평균 기간은 1년 가까이 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소년범에 대한 1~10호 처분 가운데 가장 중한 10호 처분(장기소년원 송치)을 받은 우범소년은 평균 362일을 소년원에서 지낸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475일, 2023년 438일에 비해 줄긴 했지만 죄를 짓지도 않은 우범소년들이 여전히 소년원에 장기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10호보다 낮은 처벌인 9호(단기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은 경우에도 평균 146일, 8호(1개월 내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은 경우 평균 소년원 수감 기간은 26일이었다. 정신질환이 있는 소년을 의료보호시설에 가두는 7호 처분을 받았을 때 평균 수감 기간도 166일에 달했다.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19세 미만 소년에게 소년범에 준하는 처벌을 가할 수 있는 게 우범소년 제도이다. 현행법은 집단으로 몰려 다니며 주위에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신 뒤 소란을 피운 경우 우범소년으로 분류해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처럼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앞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범소년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법무부에 해당 규정 삭제를 권고했고, 법무부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우범소년에 대해 장기 보호관찰(5호)부터 소년원 송치처분(10호)까지의 과도한 처분을 폐지하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러나 법무부 발표 이후 우범소년에 대한 5~10호 처분은 줄지 않았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 사건(총 5만 94건) 중 우범소년은 1256명(2.5%) 이었으며, 이 중 169명이 5~10호 처분을 받았다. 10호가 57명, 9호가 80명, 7호가 25명에 달했다.
법원의 우범소년 처리 건수도 2021년 1187건에서 2022년 1005건으로 줄었다가 2023년 1200건, 지난 8월 기준 964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청소년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위헌적 요소가 있는 처사”라며 “정부가 공언했던 우범소년 제도 개선이 공염불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되레 처분 건수가 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