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참수하겠다” 北파병 소식에 남북 헷갈린 우크라 누리꾼

“한국군 참수하겠다” 北파병 소식에 남북 헷갈린 우크라 누리꾼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4-10-20 14:28
수정 2024-10-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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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분노한 우크라이나 누리꾼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엉뚱한 선전 포스터를 제작해 엑스(X)에 공개했다. 엑스 ‘우크라이나의 공세’(@ukrnastup)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분노한 우크라이나 누리꾼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엉뚱한 선전 포스터를 제작해 엑스(X)에 공개했다. 엑스 ‘우크라이나의 공세’(@ukrnastup)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파병한 정황이 잇따라 나온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한 누리꾼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한국군을 참수하겠다’는 엉뚱한 경고를 날렸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하는 각종 밈을 전달하는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우크라이나의 공세’(@ukrnastup)은 19일 ‘한국군인이여, 우리가 당신을 참수하겠습니다’라는 한글 문구가 담긴 선전 포스터를 올렸다.

포스터에는 북한 군복을 입은 병사가 수도 키이우가 표기된 우크라이나 지도를 가리키고 있고, 이 북한 병사를 우크라이나 국기를 달고 있는 군인이 흉기로 목을 베는 그림이 담겨 있었다. 우크라이나 병사는 고글과 마스크를 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북한 병사는 피를 흘리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다.

또 ‘당신은 여기서 죽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한 정황이 잇따라 관측되고 우리 국가정보원이 이를 확인하면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국정원의 발표에 크렘린궁과 러시아 외무부, 국방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해당 포스터를 올린 엑스 이용자는 러시아에 파병한 북한을 향해 경고하는 차원에서 해당 이미지를 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과 북한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엑스 이용자는 ‘2014년부터 정보 전쟁에서 소셜미디어(SNS)와 밈을 가지고 싸우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른 엑스 이용자들이 ‘한국과 북한은 다르다’, ‘한국은 남한을 뜻한다. 북한(North Korea)으로 문구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해당 계정(@ukrnastup)은 “만약 그들(한국)이 탄약과 차량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다음(참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문제를 지적한 이용자는 “한국의 상황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복잡하다. 한국은 러시아가 북한에 기술과 첨단 무기를 이전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삼갔다. 그리고 한국은 이미 살상 무기 대신 다른 것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왔다. 마치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빚진 것처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자 결국 ‘우크라이나의 공세’ 계정은 ‘북한군인이여, 우리가 당신을 참수하겠습니다’라고 문구를 정정한 포스터를 다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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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분노한 우크라이나 누리꾼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엉뚱한 선전 포스터(왼쪽)를 제작해 엑스(X)에 공개했다. 다른 이용자들이 ‘한국과 북한은 다르다’고 지적하자 이후 한국을 북한으로 정정한 포스터(오른쪽)를 다시 올렸다. 엑스 ‘우크라이나의 공세’(@ukrnastup)
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분노한 우크라이나 누리꾼이 한국과 북한을 혼동해 엉뚱한 선전 포스터(왼쪽)를 제작해 엑스(X)에 공개했다. 다른 이용자들이 ‘한국과 북한은 다르다’고 지적하자 이후 한국을 북한으로 정정한 포스터(오른쪽)를 다시 올렸다. 엑스 ‘우크라이나의 공세’(@ukrnastup)


북한의 러시아 파병 정황 증거 잇따라 공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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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2024.10.20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2024.10.20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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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는 “북한군이 러시아 극동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로의 배치를 앞두고 러시아 군수물자를 보급받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2024.10.19 우크라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는 “북한군이 러시아 극동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로의 배치를 앞두고 러시아 군수물자를 보급받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2024.10.19 우크라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




한편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 보이는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배치에 대비하는 북한 군인의 영상을 공개했다.

27초짜리 영상에는 동양인 군인들이 줄을 서서 서양인 군인으로부터 각종 물품을 하나하나 받아 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영상에는 북한 억양으로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같은 목소리도 나온다.

SPRAVDI는 이 영상이 입수된 지 72시간도 안 되는 것이라면서 영상 속 북한 군인들이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우크라이나 배치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영상이 실제로 러시아에서 훈련 중인 북한군인의 모습인지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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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러시아어로 안내된 군복 치수 설문지.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
한글과 러시아어로 안내된 군복 치수 설문지.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


또 CNN은 SPRAVDI를 통해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주세요’, ‘러시아씩 군복의 치수’, ‘조선씩 크기’ 등 북한에서 쓰이는 어휘가 담긴 설문지를 입수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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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으로부터 입수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촬영된 사진 속 북한 군인 추정 인물이 지난해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북한 미사일 기술자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국가정보원 제공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으로부터 입수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촬영된 사진 속 북한 군인 추정 인물이 지난해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북한 미사일 기술자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국가정보원 제공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선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군 복장의 동양인 사진을 입수해 공개했다. 국정원은 이 인물의 사진에 인공지능(AI) 안면인식기술을 적용한 결과 지난해 8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술미사일 생산공장 방문을 수행한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와 사실상 동일 인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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