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사진작가 스티븐 쇼어가 19일 중국의 유명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 강연 도중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싱타오 캡처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가 중국에서 강연 도중 연단을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청중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인데 이후 일부 청중은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20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싱타오에 따르면 현대 사진예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스티븐 쇼어는 지난 19일 베이징의 국립 중앙미술학원에서 강연을 가졌다. 중앙미술학원은 중국 최고의 미술대학이다.
강연의 주제는 ‘내 인생을 변화시킨 다섯 가지 경험과 그 경험이 나를 예술가로 이끈 과정’이었다. 이날 강연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도 됐다.
생중계 영상에 따르면 스티븐 쇼어는 강연 도중 통역을 통해 청중을 향해 “죄송합니다만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이 불쾌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강연을 중단하고 일단 사과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관심(또는 주목·attention)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도 일상생활에서 관심의 중요성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그렇지만 오늘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여러분은 이 강의를 듣기 위해 특별히 여기 오셨지만 집중하진 못했다. 그렇다면 매일 먹는 음식이나 피부에 닿는 햇살(등 피사체)에 어떻게 주목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스티븐 쇼어는 일상적인 장면과 사물을 포착해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종종 진부하고 흔해 빠진 것처럼 보이는 대상도 그만의 스타일을 통해 특별한 피사체로 거듭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티븐 쇼어는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다”면서 연단을 내려갔다.
진행자는 스티븐 쇼어가 강연 도중 연단을 떠나자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오늘 작가님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면서 “바로 집중, 집중, 집중이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쇼어. 바드대학 캡처
강연 중단이 전해지자 일부 청중은 주의가 산만했던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에 강연 내용을 메모하고 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네티즌은 “제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내려다보고 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내 주변에는 실제로 메모를 하는 모습이었다”면서 “이를 작가님께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네티즌은 “다들 노트를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서 스티븐 쇼어에게 보여줬더니 스티븐 쇼어가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앙미술학원 관계자는 “일부 청중이 휴대전화를 줄곧 내려다보는 식으로 강연을 방해한 상황에 대해 상부에 보고할 것”이라며 “청중들이 예의를 갖출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쇼어의 강연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회고전과 연계돼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