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담긴 절박한 호소…기후위기에 이병헌도 나섰다

사진에 담긴 절박한 호소…기후위기에 이병헌도 나섰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4-09-07 23:58
수정 2024-09-0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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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션 투 디 어스’ 전시관 내부. 중구문화재단 제공
‘컨페션 투 디 어스’ 전시관 내부. 중구문화재단 제공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깊은 울림을 전한 갤러리 신당의 재개관 기념전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가 이별의 시간을 맞았다.

지난 4월 19일 막을 올린 ‘컨페션 투 디 어스’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우리별 지구를 돌아보고자 한국, 독일, 미국, 영국 사진가 5명이 사진 100여 점을 선보인 전시다. 프로젝트 명칭인 CCPP는 Climate Change Photo Project의 약자로 세계적인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사진을 매개로 환경변화에 직면한 인류에게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됐다.

닉 브랜트, 맨디 바커, 톰 헤겐, 잉마르 비욘 놀팅, 이대성이 직접 기후위기의 현장을 찾아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이미지들을 건져 올렸다. 인간의 탐욕에 의해 스러져 가는 아픈 면면들을 마주하다 보면 발걸음이 자연스레 오래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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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단 두 마리만 남은 것으로 알려진 북부 흰 코뿔소 ‘나진’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닉 브랜트의 사진. 중구문화재단 제공
세계 단 두 마리만 남은 것으로 알려진 북부 흰 코뿔소 ‘나진’과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닉 브랜트의 사진. 중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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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섬 주민들을 수중 촬영한 사진은 해수면 상승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다. 중구문화재단 제공
피지섬 주민들을 수중 촬영한 사진은 해수면 상승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다. 중구문화재단 제공


전시관에서는 마이클 잭슨 뮤직비디오의 감독이자 오랜 시간 사진 작업을 이어온 브랜트의 작품을 먼저 만날 수 있다. 멸종 위기에 놓인 북부 흰 코뿔소를 비롯한 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있는 모습을 담아냈다. 영화 같은 연출로 표현한 사진들을 통해 인간의 탐욕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 동물들의 절박함이 전해오는 듯하다.

브랜트의 또 다른 작품인 ‘싱크라이즈’는 피지섬 주민들을 수중 촬영했다. 기후 위기에 섬 지역이 수몰되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의 사람들은 미래의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것 같아 섬뜩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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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국에서 모인 633개의 버려진 축구공을 모아 기후 위기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맨디 바커의 사진. 중구문화재단 제공
23개국에서 모인 633개의 버려진 축구공을 모아 기후 위기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맨디 바커의 사진. 중구문화재단 제공


이어지는 작가는 바커. 해양 플라스틱 사진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빼어난 현대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기후 위기의 심각한 원흉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늘어놓아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소스라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인류가 이대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후 위기의 탈출구도 없음을 일깨운다. 특히 바커가 포착한 플라스틱을 먹은 슴새의 사진은 극단적이지만 미세 플라스틱을 몸속에 흡입하는 인간의 궁극적인 모습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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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현장의 항공 사진을 담아낸 톰 헤긴의 작품. 중구문화재단 제공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현장의 항공 사진을 담아낸 톰 헤긴의 작품. 중구문화재단 제공


헤겐은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 현장을 항공 사진으로 담아냈다. 언뜻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 때문에 생생하게 파괴된 현장은 지금도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놀팅과 이대성은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놀팅은 석탄 채굴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와 경찰이 충돌하는 치열한 현장을, 이대성은 기후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터전을 잃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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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환경운동가들이 시위하기 위해 지은 집을 허무는 모습을 담은 잉마르 비욘 놀팅의 사진. 중구문화재단 제공
경찰이 환경운동가들이 시위하기 위해 지은 집을 허무는 모습을 담은 잉마르 비욘 놀팅의 사진. 중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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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가 가속화되는 몽골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이대성의 사진. 중구문화재단 제공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몽골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이대성의 사진. 중구문화재단 제공


이번 전시는 배우 이병헌이 도슨트로 참여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호소해 의미를 더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상투적인 표현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절박한 메시지가 담긴 사진들 앞에 머물다 보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구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조세현 중구문화재단 사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단순히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가 직면한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8일 막을 내리는 이번 전시가 끝나면 오는 10월 2일부터 ‘ICONS OF URBAN ART - 어반아트: 거리에서 미술관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도시미술의 혁신적인 표현을 조망하고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성찰하는 장을 마련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뱅크시, 카우스, 제이알, 셰퍼드 페어리, 리차드 햄블턴 등 어반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10명이 참여한다. 특히 2006년 4월 뱅크시가 런던 소호의 골목에 설치한 ‘훼손된 전화박스(Vandalised Phone Box)’가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라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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