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9월 빅컷’ 전망에도 암울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 고용 상황이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지난 2일 미 다우존스 지수는 1.51%, S&P 500은 1.84%, 나스닥 지수는 2.43% 하락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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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빅컷 단행 여부가 미지수인 데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어 한동안 단기 조정 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는 전 세계 증시를 동시에 폭격했다. 지난 2일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5.81% 추락했고 대만의 자취안지수 역시 4.43% 급락했다. 같은 날 코스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3.65% 급락한 2676.19로 장을 마감했다. 2개월 만에 2700선을 내주면서 ‘하반기 3000피’에 대한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서학개미들이 몰린 미국 증시도 연일 무서운 하락세다. 2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각각 2.43%와 1.51% 떨어지면서 최근 이어진 하락세의 낙폭을 키웠다.
시장에선 자연스레 연준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올 상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9월 기준금리 인하는 기본이고, 빅컷 2회를 포함해 연내 3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급진적인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증시를 포함한 시장 지표들의 하락세는 한동안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연준의 빅컷이 확정적인 것이 아닐뿐더러 이번 증시 폭락의 근본적 이유는 급격하게 달아오른 시장에 대한 우려라는 이유에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워낙 낙폭이 컸기 때문에 추가 낙폭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불안 심리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에 대한 우려도 (증시 폭락에)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은 과열된 주식 시장에 대한 우려와 그로 인한 주가 부담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BOJ)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상한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한 것도 증시 수급에 악재가 되고 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급격하게 발생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국채나 금 등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투자처를 옮겨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더해 중동 위기 상황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등락폭이 작은 종목이 ‘일시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 그리고 최근 금리 인상을 결정한 일본의 엔화까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필수재나 헬스케어 등 경기와 무관하게 일정 수준의 수요가 보장되는 종목들도 살펴볼 만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미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주가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의 조정 폭은 다소 과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관련 주가가 많이 내린 상황인 만큼 조금씩 담아 가며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2024-08-05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