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
김려령 지음/창비/256쪽/1만 5000원
8년 동안 그러모은 단편 7편 엮어상투를 거부하는 문장·서사 주목
갈등서 연대까지 다양한 삶 담아
상투를 거부하는 솔직한 문장과 대화체 입말 등 ‘김려령표’라 할 수 있는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집 ‘기술자들’로 돌아온 김려령 작가. 작가가 8년간 모아 온 7편의 작품을 엮었다.
창비(김준연 작가) 제공
창비(김준연 작가) 제공
상투를 거부하는 솔직한 문장과 대화체 입말 등 ‘김려령표’라 할 수 있는 매력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너 알지? 그 황금 꽃다발 태명이 네 꿈이라는 거. 네 형도 잘 알 거다. 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예뻐했던 놈이 바로 너였다는 걸.”(‘황금 꽃다발’), “아 씨! 그녀가 얼른 봉지를 밖으로 꺼냈다. 다행히 봉지가 터지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 여기를 들라고. 딸이 다시 들고 쓰레기장으로 걸어갔다.”(‘청소’) 등 불쑥 큰따옴표 없이 시작하는 입말은 글의 속도감을 높이고 독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를 좁혀 놓는다.
때로 관계는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면을 살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해의 숲’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나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모난 성격 탓에 ‘폭탄’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해 왔던 재영의 상처는 악연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하윤과의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억측과 망상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가족 문제를 둘러싼 의견 차이로 이별하는 연인 이야기를 다룬 ‘상자’는 갈등보다는 갈등에서 비롯된 ‘나’의 성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엄마가 33년간 보관해 온 나의 어릴 적 유아용품들을 버리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족, 연인과의 관계, 의존적인 삶을 정리한다. ‘뼛조각’에서는 인턴 기간이 끝나 가도록 정직원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현실을 가리기 위해 안 해도 될 뼛조각 제거 수술을 강행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아무 말 없이 간병하는 아버지의 관계를 애달프게 그린다.
나아가 관계는 연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표제작 ‘기술자들’에서 “갈 곳 없는 고속도로를 어쩔 수 없이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꼴이 처량하기만” 한 ‘최’와 길에서 만난 ‘이것저것들의 역사’를 가진 ‘조’는 투박한 우정을 나눈다. 성실하게 실리콘이나 줄눈 작업을 하며 일상을 채워 가는 두 사람의 연대는 묵직한 감동을 준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글이 지면에 실림과 동시에 작가의 손을 떠나는 “공허한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 이 단편들을 내내 품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작가의 품에 오랜 시간 폭 안겨 있던 작품이라 그런지 7편의 단편 하나하나가 독자의 마음에 “아주 따뜻하게” 와 닿는다.
2024-08-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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