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공간
<13>경북 칠곡 왜관읍 가실성당
칠곡 ‘다부동 전투’ 속
100년을 지켜낸 성당
남북군 야전병원 사용
주보성인은 ‘안나’상
북한군이 심장 부위
총 쏜 흔적 메워 보존
성당 기둥 사이 창문
10개 스테인드글라스
예수의 일생 보여 줘
100년을 지켜낸 성당
남북군 야전병원 사용
주보성인은 ‘안나’상
북한군이 심장 부위
총 쏜 흔적 메워 보존
성당 기둥 사이 창문
10개 스테인드글라스
예수의 일생 보여 줘
올해로 꼬박 100년이 된 경북 칠곡 가실성당. 6·25전쟁 당시 야전병원으로 쓰인 덕에 포화를 피해 갈 수 있었다.
가실성당이 처음 들어선 건 1895년이다. 경북 일대에서는 대구 주교좌계산성당에 이어 두 번째다. 설립 초기에는 기와집 모양이었다고 한다.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조화를 이룬 현 성당이 봉헌된 건 1924년이다. 그러니까 올해 꼬박 100년이 된 셈이다. 일제강점기엔 낙산성당이라 불리다 2005년에 가실성당이란 정겨운 이름을 되찾았다.
가실성당의 주보성인인 안나상.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다.
김 신부가 마을을 떠날 때는 마을이 불타고 있었다고 한다. 한데 복귀해서 보니 뜻밖에 성당만은 온전히 서 있더란다. 가실성당을 사이로 시가전이 벌어졌지만 북한군이 점령했을 때는 북한군 부상병을 위한 야전병원이 됐고, 국군과 미군이 점령했을 때 역시 이들을 위한 야전병원으로 사용되면서 포화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실성당 벽돌에 새겨 있는 ‘KELLEY’라는 이름은 야전병원으로 사용되던 시절 치료받던 한 미군이 남겨 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름다운(佳) 집(室)’이란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던 것엔 이런 사연이 담겨 있다.
가실성당 앞의 예수상.
가실성당의 주보성인(가톨릭교회에서 보호자로 받드는 성인)은 안나다.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이자 예수의 외할머니다. 프랑스에서 들여온 ‘성 안나상’은 가실성당 제대 오른쪽에 서 있다. 딸에게 자애로운 모습으로 책을 읽게 하는 듯한 모습의 ‘성 안나상’은 이제 가실성당의 상징이 됐다.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이 ‘성 안나상’의 왼쪽 가슴에 총을 쏴 구멍을 냈다. 그러니까 심장 부위를 겨냥해 총을 쏜 셈이다. 전쟁 후 총탄의 흔적을 메워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다.
가실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들 때마다 살아나는 섬세한 선이 인상적이다.
가실성당은 대구 경북 인근에서 배롱나무꽃 인증샷 성지로 알려졌다. 아직은 연한 꽃망울만 머금은 상태. 7월 중순을 넘기고 여름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이면 100일 동안 붉은 꽃이 피고 지길 반복하며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일 것이다.
2024-07-12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