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성과 결혼할래”…中 SNS서 ‘중국 예찬론’
AI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피해 여성 등장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한 여성 유튜버의 얼굴을 무단 이용해 “중국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 등 중국을 찬양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피해 여성인 올가 로이크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장면. 올가 로이크 유튜브 캡처
24일 SBS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출신 유튜버 올가 로이크는 중국 SNS에 자신의 얼굴을 한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을 러시아 출신 중국 유학생이라 소개한 에이프릴은 SNS에서 “8년간 중국에서 거주했다”며 “중국 남자와 결혼하고 중국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중국을 좋아한다”, “러시아 여자들이 중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환영하냐”, “중국과 러시아의 우정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 “전 세계가 다 등 돌렸지만, 중국 형제자매만이 러시아를 포기하지 않았다” 등의 발언도 이어갔다.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갖춘 에이프릴은 ‘중국 예찬론’으로 유명한 인플루언서다.
러시아 식품 마케터라고 자신을 소개한 31세 여성 나타샤는 팔로워 14만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그는 “중국에서 러시아 음식을 판매하고 광고하는 러시아인”이라면서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말한다.
나타샤는 SNS에 올린 영상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우정은 영원하다”고 말한 뒤 러시아 사탕을 광고하고, 실제 구매가 가능한 주소를 첨부해 사탕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출신 유튜버 올가 로이크의 얼굴을 무단 이용해 AI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 에이프릴이 중국 SNS에서 중국을 찬양하고 있는 모습. 올가 로이크 유튜브 캡처
이 얼굴의 원형은 유튜버 올가 로이크다. 이들은 모두 AI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었다.
자신의 얼굴이 중국 SNS에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 올가 로이크는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고, 농담인 줄 알았다. 내 얼굴인데 중국말을 하고 있었고, 배경에는 (러시아) 크렘린이 있었다”고 전했다.
올가 로이크가 찾아낸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등을 활용한 AI 가상 인물 동영상만 5000개가 넘는다. 대부분 중국을 찬양하는 내용이고,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인공지능 응용 사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에서는 AI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24시간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위해 AI 쇼호스트가 동원되는가 하면,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을 AI로 되살려낸다는 이른바 ‘AI 부활’이 산업화하면서 곧 시장 규모 180조원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올가 로이크의 사례처럼 동의 없이 이용되거나, 범죄 등 악용되는 경우가 늘자 중국 당국은 AI 개발과 규제를 위한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한편 올가 로이크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피해 사실을 밝히며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