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여름 2024/서장원, 예소연, 함윤이 지음/문학과지성사/152쪽/5500원
이별의 남다른 방식간극 확인은 연대의 계기
죽음 넘어선 관계의 인력
2018년 시작된 문학과지성사의 ‘소설 보다’ 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과 선정위원이 진행한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가장 빠르고 긴밀하게 만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선정 작품은 자동으로 문지문학상 후보가 되며 해당 단행본은 1년간만 판매된다.
함윤이
본지 당선작인 ‘되돌아오는 곰’과 2년 전 ‘소설 보다: 여름 2022’에 실렸던 ‘강가/Ganga’라는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의 소통 가능성을 꾸준히 모색해 온 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죽음으로도 끊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의 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나’는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인 항아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꿈과 현실을 오가며 얕은 잠을 자고 있다.
꿈속에서 나와 항아는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기 위한 오디션을 열고 있다. 배역은 10년 동안 사귄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 둘의 관계가 끝나지 않도록 애쓰는 천사까지 모두 3명이다. 오디션을 보는 배우들은 모두 나와 항아와 인연이 닿았던 인물들이다. 나는 여러 번 꿈에서 깨면서도 처음 시작된 꿈을 계속 이어 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결국 기차는 차가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목적지(장례식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천사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존재라는 점에서 죽음이 결코 그들의 관계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함 작가는 함께 실린 인터뷰에서 “문득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아주 많은 순간 속에 천사들이 있었노라고 느낀다”며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당시엔 몰랐지만 그들을 알아 가고 가깝게 만들어 준 힘이 있던 것 같다. 그 힘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천사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장원
예소연
홍성희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사랑하는 가족과의, 혹은 자기 자신과의 이별을 대하는 마음을 차근차근 밖으로 꺼내고, 또 서로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을 마주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2024-06-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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