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野 단독개원… 22대도 ‘반쪽’

헌정사 첫 野 단독개원… 22대도 ‘반쪽’

하종훈 기자
입력 2024-06-06 00:47
수정 2024-06-0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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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불참 속 우원식 국회의장 선출
우 의장 “밤새더라도 7일까지 합의”
野, 협상 불발땐 상임위 강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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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고 본회의장 떠난 추경호
항의하고 본회의장 떠난 추경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열린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한 국회의장단 선출 강행에 항의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한 뒤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해 헌정사상 처음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했다.
연합뉴스
제22대 국회가 5일 또다시 ‘반쪽’으로 개원해 의장단의 일부만 선출했다. 헌정사상 첫 야당(더불어민주당) 단독 개원이자 첫 야당 단독 의장단 선출이다. 직전 21대 국회에서 여당(민주당)이 53년 만에 단독 개원한 데 이어 헌정사상 처음으로 2회 연속 반쪽으로 국회가 출범하는 ‘오명’도 안게 됐다. 민주당은 7일까지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합의하지 못하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거대 야당의 힘자랑과 여당 반발에 따른 파행이 장기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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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신임 국회의장. 뉴스1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
뉴스1
민주당 등 범야권 7당이 주도해 열린 이날 첫 본회의에서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과 민주당 몫인 이학영 신임 국회부의장이 선출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일방적인 본회의 개최에 반발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우 의장은 192표 중 190표를 얻었다. 이 부의장은 188표 중 187표로 선출됐다. 여당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반발해 자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를 내정하지 않았고, 이에 2명의 국회부의장 중 한 자리는 공석이 됐다.

우 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 되며 2026년 5월까지 의장직을 수행한다. 그는 이날 당선 인사에서 원 구성에 대해 “국회법이 정한 시한(첫 본회의 시점부터 이틀 내)을 지켜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 남은 시간 밤샘을 해서라도 국회법이 정한 기한인 7일 자정까지 상임위 선임안을 제출해 달라. 필요하다면 의장도 함께 밤샐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하거나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를 제약하는 등의 사유가 아니라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해치는 재의요구권 행사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경고하는 동시에 민주당의 입법권력 행사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런 기류에 힘입어 7일까지 단독 원 구성에 나서고 향후 단독 입법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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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불끈 쥔 야
주먹 불끈 쥔 야 22대 국회 첫 본회의를 기념해 본회의장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다만 야당 주도로 개원 및 의장단 선출이 ‘반쪽’으로 이뤄진 것은 처음인 데다 여야를 모두 합쳐도 반쪽 개원은 7대 국회(1967년 7월)와 21대 국회(2020년 6월)에 이어 불과 세 번째여서 일방통행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이날 최다선(6선)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 주재로 본회의의 문이 열리자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원내 야 7당에서 의원 192명이 전원 참석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일방적 의사일정에 항의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위해 추경호 원내대표만 입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본회의는 적법하지 않다”며 “거대 야당의 힘자랑으로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민주당 의석에서는 “총선 불복이냐” 등 고성과 야유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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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불끈 쥔 여
주먹 불끈 쥔 여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강행에 항의하는 규탄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장환 기자
여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 밖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입법부의 수장으로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선거조차 민주당의 의총으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의원은 “힘자랑하고 힘을 쓰면 그 이상 힘으로 망하고 그 힘 때문에 넘어지고 자빠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추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원 구성 등을 논의했지만 역시 합의안을 내지 못했다.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는 양당의 입장은 완강했고, 민주당이 추가로 요구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놓고도 신경전이 팽팽했다. 법사·운영·과방위원장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하려는 민주당은 7일까지 원 구성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여야가 7일까지 원 구성에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 과반(171석)인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위원장 배분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본회의를 열어 위원장 선출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운영위 등 핵심 상임위에 민주당 위원장을 선출하고 추후 2차 본회의를 열어 여당과의 추가 협상 결과를 반영할 수 있다. 민주당이 21대 전반기 국회처럼 본회의 표결로 18개 위원장을 독식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과 민주당이 단독 원 구성을 시사하자 “야당에 의해 뽑힌 ‘반쪽 의장’은 협상 시한까지 못박으며 상임위 구성까지 밀어붙일 태세”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우 의장을 향해 “입법부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중립 의무는 지켜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야당 시절엔 모든 위원장을 포기해 민주당의 ‘입법 독주’ 이미지를 극대화하며 정치적 부담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했으나 여당인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야 7당 중 유일하게 개혁신당은 이날 선임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각기 다른 당에서 내는 것이 기존의 관례였다”며 여당 손을 들어줬다.
2024-06-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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