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상식 앞두고 유력 경쟁작 2편 관심
①애플TV+ ‘플라워 킬링 문’
백인에 의한 美 원주민 학살 역사
마틴 스코세이지만의 색으로 표현
②넷플릭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천재 음악가의 ‘부부의 세계’ 조명
브래들리 쿠퍼 연출·연기 1인 2역
애플TV+ ‘플라워 킬링 문’
흥행이 그해 성과를 나타내는 결산의 지표라면 오스카 후보 지명과 수상은 앞으로도 믿고 기대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신뢰의 증표와도 같다. 2022년 제94회 오스카 시상식 당시 넷플릭스는 ‘파워 오브 도그’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이 총 37개 후보에 오르며 압도적인 힘을 보여 줬지만 애플TV+의 ‘코다’가 작품상을 비롯해 3관왕에 오르며 자존심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 치열한 OTT의 오스카 경쟁이 올해도 펼쳐질 예정이다. 먼저 애플TV+의 대표작은 ‘플라워 킬링 문’이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OTT 플랫폼의 장점은 기존 스튜디오에서 제작을 꺼렸던 작품들을 창작자가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와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넷플릭스를 만나 세상에 나온 게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 범죄 누아르 장르의 살아 있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역시 넷플릭스와 ‘아이리시맨’을 선보이며 오스카 사냥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는 애플TV+와 손잡고 다시 한번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완성했다. ‘플라워 킬링 문’은 1930년대 백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의 거주지로 정했던 오클라호마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었다. 석유를 시추하면서 다가온 검은 욕망은 이곳에 자리잡은 오세이지족의 영혼을 파괴한다.
어니스트와 같은 백인 하류 계층은 이들에게 호의를 베풀며 결혼 후 살인을 통해 땅을 갈취하고자 한다. 작품은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긴장감 있게 사랑과 배신의 교차점을 서부극의 거친 질감으로 담아낸다. 어니스트의 사랑을 진심이라 여기지만 그의 손에 죽어가는 몰리, 몰리를 사랑하지만 욕망으로 인해 그녀를 죽여야 하는 어니스트의 모습은 조그마한 보금자리와 믿음조차 허락되지 않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잔혹한 역사를 보여 준다. 폭력과 살육, 강탈로 얼룩진 미국의 이면을 담아내며 감정적인 씁쓸함을 통해 여운을 자아낸다.
넷플릭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두 교황’, ‘틱, 틱... 붐!’ 등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근사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던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또 다른 쾌거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알려진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생애를 다루었다. 유럽에 강하게 예속됐던 미국 클래식 음악계에 파란을 가져올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이지만 단순히 그의 예술세계를 나열하는 수준이었다면 오스카의 주목을 받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음악을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삼아 아내였던 칠레 출신 배우 펠리시아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전개는 신선함을 자아낸다. 본인의 성 정체성으로 인해 아내와 끝없이 갈등하고 다투는 모습을 격조와 격렬함을 동시에 지닌 교향곡 ‘부부의 세계’로 완성한다. 평생의 뮤즈이자 동반자, 성취와 고뇌를 동시에 안기는 예술과도 같았던 펠리시아를 향한 번스타인의 사랑은 그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감정을 자아내는 전기영화라 할 수 있다.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2024-03-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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