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4.1.9. 도준석 전문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개시되는데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 조건이 이미 높은 수준으로 충족됐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날 자정까지 투표를 진행한 뒤 12일 오전 정확한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이 채무를 비롯해 모두 9조 5044억원의 보증채무가 있다고 채권단에 밝혔으며 이 가운데 2조 5259억원을 부실 가능성이 큰 우발채무로 분류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채권단과 자구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투입,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일부(890억원)를 납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을 거론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남의 뼈를 깎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3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후 3시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400여 곳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참석자들이 설명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1.3 안주영 전문기자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 주도로 태영건설의 사업·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채권단은 최대 4개월간 채권 행사를 유예하고 이 기간 회계법인을 선정해 자산부채 실사를 진행한다. 태영건설은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비용절감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은 자금 지원과 채권 재조정 등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기업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4월 11일 2차 협의회에서 채권단 결의로 이를 확정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됨에 따라 건설업계·금융업권 도미노 연쇄 위기 우려도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수개월간 회사 운영을 위해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남았다. 금융채권 행사가 유예되는 것과 달리 인건비와 공사비 지급 등 일반 상거래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갚아야 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이 자금을 기존 자구안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경우 워크아웃 진행을 둘러싼 위기감이 재고조될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 오장환 기자
실사 중 숨겨진 채무가 발견될 수도 있다는 점도 변수다. 결국 실사 과정 중 태영그룹이 자금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예상 밖의 채무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워크아웃은 종료되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금융채권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 등 모든 채권 행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협력사, 수분양자 등의 추가 피해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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