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애 보는 아빠’가 5만명을 처음 넘어섰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5만 4240명으로 전년보다 28.5%나 늘었다. 육아휴직을 하겠다는 남자 직원을 ‘별종’으로 취급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니 격세지감이다. 그래도 스웨덴, 덴마크, 포르투갈 등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재작년 이미 45%를 넘긴 것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룩셈부르크는 아빠 육아휴직(53%)이 엄마보다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엄마 휴직(72.9%)이 아빠 휴직의 세 배다. 육아휴직을 쓴 아빠의 70%는 대기업 소속이었다.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에 다니는 아빠에게 육아휴직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의미다. 여성 육아휴직자도 60%가 대기업 직원이다.
선진국이 일찌감치 도입한 자동육아휴직제가 필요한 이유다. 출산휴가가 끝나면 별도의 신청이나 상사 결재 없이 자동으로 육아휴직이 시작되게 하는 제도다. 롯데, 포스코 등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정부도 최근 법제화 검토에 들어갔다. 재계는 기업 부담 등을 걱정하며 손을 젓는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지구상에서 사라질 국가 1호’라는 걱정보다 더 클 수는 없는 일이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도 급하다. 지금은 통상임금의 80% 정도(최대 월 150만원)가 나오는데 그마저도 일부(25%)는 복직 후 6개월을 일해야 준다.
이런 사후지급제는 육아휴직기의 ‘소득’을 사실상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휴직을 망설이게 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저출산 대책에 사후지급제 폐지는 물론 ‘애 낳기 전 수준의 소득 보장’이 담기기를 고대하는 시선이 많다.
물론 냉소도 적지 않다. 사실혼이나 동거 가족은 “건강하지 않다”며 법적 보호를 망설이는 정부나 상대 당을 공격한답시고 “불임 정당”(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말을 버젓이 내뱉는 정치인들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라떼 파파의 급팽창은 요원하다는…. 정부의 대책 보따리가 풀리는 날, 이런 냉소가 머쓱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2023-12-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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