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웃 160번 때려 숨지자 “지병 때문” 주장한 前 씨름선수

‘층간소음’ 이웃 160번 때려 숨지자 “지병 때문” 주장한 前 씨름선수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3-10-13 14:34
수정 2023-10-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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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및 고법.
대전지법 및 고법. 이천열 기자
층간소음을 따지러 가 이웃과 술을 마시던 중 50분간 때려 숨지게 한 전직 씨름선수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송석봉)는 13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32)씨의 항소심을 열고 “부검 결과 피해자의 갈비뼈부터 얼굴, 머리 등에서 다발성 골절과 피하 출혈이 확인됐다. 지병으로 인한 저혈량 쇼크가 온 것으로 보이나 A씨와 피해자의 신체 차이와 상해 행위로 볼 때 폭행·사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폭행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A씨는 지난해 11월 20일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윗집 주민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자기 뺨을 때리자 격분해 50분간 총 160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얼굴과 머리, 가슴, 배 등 다발성 손상에 따른 저혈량 쇼크로 병원 치료 중 숨졌다.

A씨는 층간소음을 항의하려고 B씨를 찾아갔으나 B씨가 오히려 “오해를 풀자”고 술을 권하자 함께 마시다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층간소음 자제를 부탁하려고 찾아갔는데 B씨가 식탁에 흉기를 놓고 있어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고 정중히 부탁했다”며 “범행 당시 짧은 시간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셔 폭행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나도 충격을 받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만취한 B씨를 집에 데려다주다 내가 뺨을 맞아 화가 났던 것 같다”면서 “당시 폭행한 기억이 없어 구급대원에게 ‘함께 넘어져 다쳤다’라고 알렸을 뿐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B씨가 만취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차별 폭행하고도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넘어졌다’고 허위 진술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달 있은 결심공판 최후의 진술에서 “평생 뉘우치며 살고, 술도 끊고 건강한 정신으로 살겠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씨름 선수를 해 건강한 체격의 A씨가 범행 당시 B씨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B씨의 사망에는 지병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과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었다.

검사는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이유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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