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의 진솔한 고백…60년만에 돌아온 ‘가족’, RM 소장작에 ‘관심’

장욱진의 진솔한 고백…60년만에 돌아온 ‘가족’, RM 소장작에 ‘관심’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09-19 09:33
수정 2023-09-1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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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자화상, 1951, 종이에 유화 물감, 14.8×10.8cm, 개인 소장. 결혼식 때 입은 하이칼라 프록코트 차림으로 논두렁 사이를 걷는 장욱진의 뒤로 검둥개와 새들이 뒤따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 자화상, 1951, 종이에 유화 물감, 14.8×10.8cm, 개인 소장. 결혼식 때 입은 하이칼라 프록코트 차림으로 논두렁 사이를 걷는 장욱진의 뒤로 검둥개와 새들이 뒤따른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 내가 오로지 확실하게 알고 믿는 것은 이것뿐이다.”

선 하나, 점 하나에도 엄격했던 화가 장욱진(1917~1990). 그는 손바닥 만한 그림 안에 치열하게 고투해 건져올린 자신만의 우주를 펼쳤다. ‘동심 가득한, 작고 예쁜 그림’이라는 기존의 익숙한 수식를 지우고 다시 진지하게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그의 60년 화업을 짚어보는 대규모 회고전을 처음 마련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내년 2월 12일까지 열리는 ‘가장 진지한 고백’이다.

그는 생전 유화 730여점을 포함해 12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이 가운데 유화, 먹그림, 판화, 표지화, 삽화 등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 270여점이 전시장 1, 2층을 촘촘히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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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장욱진의 첫 가족 그림 ‘가족’(1955). 그의 가족 그림 가운데 유일하게 아버지와 아이들만 그려져 있다.  정서린 기자
6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장욱진의 첫 가족 그림 ‘가족’(1955). 그의 가족 그림 가운데 유일하게 아버지와 아이들만 그려져 있다.
정서린 기자
특히 1964년 일본인 소장가에 팔렸다 60여년 만에 돌아온 ‘가족’(1955)을 처음 만날 수 있다. 장욱진 가족 그림의 전범(典範)이라 할 이 그림에는 나무 두 그루 사이 자리한 집에 아버지와 세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미술관 측이 전시를 준비하다 최근 일본 소장가 자택에서 발굴한 작품으로, 유화 물감층이 떨어져 나가고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오른 것을 임시 복원해 내놨다. 월북 조각가 박승구가 조각했다는 액자 틀과 그림의 조화도 이채롭다. 바로 옆에는 작가가 이 그림을 판 것을 아쉬워하며 비슷한 구도, 크기로 그린 1972년 작 ‘가족’이 나란히 걸려 시선을 번갈아주며 비교해볼 수 있다.

장욱진은 까치, 나무, 해와 달, 가족 등의 같은 소재를 꾸준히 변주해 그렸다. 특히 까치는 그의 유화 730여점 가운데 60%인 440여점에 들어 있을 정도로 분신과 같은 존재였다. 생전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도 까치(까치와 마을, 1990년 작)였다. 이 작품은 유족들과 협의를 거쳐 처음 전시에 나왔다.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 학예연구사는 “나무는 그의 온 세상을 품는 우주, 해와 달은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성의 매개체”라며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발상과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다 다르게 보인다. 전시를 통해 이런 대표 도상들이 작품 속에 어떻게 구성되고 변모해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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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까치, 1958, 캔버스에 유화 물감, 40×3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 까치, 1958, 캔버스에 유화 물감, 40×3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58년에 그린 ‘까치’는 ‘깍깍’ 까치의 울음이 울려퍼지는 듯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믐날 밤 둥근 나무에 푸르른 색조와 소리를 온 세상에 퍼뜨리는 듯한 까치가 서 있다. 나무 끝엔 초승달이 걸려 있다. 작가는 날카로운 필촉으로 캔버스에 두껍게 발린 물감층을 무수히 긁어내 까치의 소리를 이미지로 나타냈다.

전시에는 미술애호가로 동선마다 관람객을 몰고 다니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의 소장작 6점도 포함돼 있다. 다만 RM이 자신의 소장작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우려해 어떤 작품인지는 비밀에 붙였다. RM은 과거 장욱진 전시장을 찾아 방명록에 ‘저도 심플하게 살고 싶습니다. 장욱진 짱’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작가가 전쟁 이후 생계를 위해 국제신보 연재 소설 염상섭의 ‘새울림’에 그렸던 삽화 56점 전체도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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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공기놀이, 1938, 캔버스에 유화 물감, 65 × 80.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장욱진이 양정고보 5학년 재학 중 1938년 조선일보 주최 ‘제2회 전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사장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장욱진, 공기놀이, 1938, 캔버스에 유화 물감, 65 × 80.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장욱진이 양정고보 5학년 재학 중 1938년 조선일보 주최 ‘제2회 전조선학생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사장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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