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한국 여자농구 주축 박지현
女아시아컵 활약 속 올림픽 불발
박지수·강이슬과 호흡 보완 과제
오빠 박지원·동료 김단비 든든해
예전 배구처럼 성적 내야 팬 늘어
박지현
지난달 26일 충북 청주 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만난 박지현(23·아산 우리은행)은 “아쉬웠다”, “죄송했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지난 6월 호주에서 열린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 성적에 대해 “팬들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다. 스스로 실망한 부분도, 반성할 부분도 많다”며 “모든 국민이 주목하는 아시안게임에선 기대에 부응하는 경기력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최종 5위로 대회를 마쳐 2024 파리올림픽 예선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대표팀의 주축으로 맹활약한 박지현은 팀 내 최다인 평균 14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팀이 지면 개인 성적은 의미 없다”면서 “정선민 감독님이 자신 있게 공격하라는 요구를 많이 하신다. 출전 시간을 많이 부여받는 만큼 상황에 맞는 플레이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완해야 할 과제로는 ‘선수 간 호흡’을 꼽았다. 박지현은 “(박)지수(25·청주 KB) 언니에게 공격을 맡기고 나서 도와주지 못했고, 외곽에서 (강)이슬(29·KB) 언니가 터지지 않았을 때 지원도 부족했다”며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제 강점을 살려야 한다. 리바운드, 수비 등 궂은일부터 집중하고 득점이 필요할 땐 욕심을 부리겠다”고 강조했다.
자국인 항저우에서 대회를 치르는 FIBA 세계랭킹 2위 중국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연장 접전 끝에 패배한 아시아컵 조별리그 3차전에 대해선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며 “독기를 품고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야 한다.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응원단장은 오빠인 박지원(25·상무)이 도맡는다. 같은 종목의 프로 선수로 동생의 심경을 가장 잘 헤아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상무 소속으로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하러 진천선수촌에 들어온 오빠와 밥을 먹었다. 더 잘해서 국가대표로 같이 들어오자고 말하니까 주눅 든 목소리로 ‘열심히 할게’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가 가장 의지하는 대표팀 동료는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통합 최우수선수(MVP) 김단비(33·우리은행)다. 소속팀에서 김 선수를 따라 하다가 감독에게 ‘네가 김단비냐’고 혼났던 얘기를 하며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해 맞춰 준다. 그걸 믿고 뛰다 보니 호흡이 잘 맞고 도움도 많이 받는다”고 칭찬을 쏟아 냈다.
그러면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룬 여자배구 대표팀을 언급했다. 박지현은 “선수들끼리 배구 얘기를 많이 한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이겨서 성적을 내야 응원하는 팬이 많아진다”며 “자신이 뛰는 종목이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모두 같다. 인기는 선수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책임감으로 대회에 나서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2023-09-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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