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만 바라보게 할거야’…에르도안과 흑해곡물협정 돌파구 못 찾아

푸틴 ‘나만 바라보게 할거야’…에르도안과 흑해곡물협정 돌파구 못 찾아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9-05 04:55
업데이트 2023-09-05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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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남부 휴양지 소치의 별장을 찾아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튀르키예 대통령 공보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남부 휴양지 소치의 별장을 찾아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튀르키예 대통령 공보실 AFP 연합뉴스
흑해곡물협정 재개라는 세계 식량 안정화와 직결되는 카드를 손에 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지 소치 별장을 찾아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1시간 반 대표단을 동반한 회의와 1시간 반 양자회담 등 모두 3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으나 전 세계가 기대했던 결론을 말해주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곡물협정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으며, 모든 협의 내용이 이행되면 즉시 실행할 것”이라고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뿐 아니라 자국 곡물·비료도 원활히 수출됐어야 하지만,자국 관련 협의 내용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협정 연장을 거부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제재 완화, 농업 장비·부품 수입 재개, 은행·보험 서비스 연결 등 조치를 해야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협정에서 철수하도록 강요당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곡물 가격은 하락하고 있고, 식량은 부족하지 않다”며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서 철수해 세계 식량 위기가 초래됐다는 비판이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엔과 협의해 러시아에 새로운 제시안을 준비했다면서 “이견을 좁히면서 곡물협정을 곧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는 9일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곡물협정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기대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짧은 시간 안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해결책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대신 두 정상은 카타르, 튀르키예의 참여로 아프리카 빈곤국에 러시아 곡물 100만t을 보내는 러시아의 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카타르의 재정 지원을 받아 튀르키예가 러시아 곡물을 할인가에 제공받고, 이를 가공해 아프리카에 공급하는 계획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산 곡물을 받아 밀가루로 가공해 아프리카로 보낼 준비가 됐다. 카타르는 재정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브루키나 파소,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6개국에 무료로 곡물을 제공하는 협의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 “몇 주 안에 무료로 운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 외에도 튀르키예에 가스 허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에르도안 대통령과 논의해 “조만간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날 정상회담에 대해 전반적으로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일정을 마치고 튀르키예로 돌아가기 전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나의 장소에서 당신을 기다리겠다”고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러시아 언론인 파벨 자루빈이 소셜미디어에서 전했다. 흑해곡물협정의 산파 역할에다 푸틴 대통령과 강한 남성끼리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만큼 협정 복원의 실마리를 열 것으로 기대를 높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선 서운할 수 있는 정상회담 결과라 할 수 있겠는데 홈그라운드에서 반전을 노리겠다는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에 나선 이후 비판을 받으며 국제사회 내 위상이 떨어진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A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흑해곡물협정 중단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아프리카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이미지 관리를 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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