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브리핑…文 “대통령실 나서 논란 정리해야” 전날 언급에 직격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에서 열린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생명 위령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8.8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브리핑에서 문 전 대통령의 전날 언급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 문제는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며 이같이 답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육사 차원에서 논의된 일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논란이 커졌으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역사에 부끄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다시 글을 올린다”며 “흉상 철거 계획을 철회해 역사와 선열에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에도 홍범도 장군 등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일제 탄압으로 만주에서 연해주로 쫓겨나 소련 땅에 의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군 부대의 간난신고는 풍찬노숙으로 떠돌면서도 무장 독립투쟁을 계속해 나가려는 불굴 의지의 표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시기 불가피했던 소련과의 협력을 이유로 독립전쟁의 위업을 폄훼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남루하고 편협한 나라로 떨어지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국방부 등이 흉상 철거 이유로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을 문제 삼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독립영웅 다섯 분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 모신 것은 국군이 일본군 출신을 근간으로 창군된 게 아니라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하고, 육사 역시 신흥무관학교를 뿌리로 삼고 있음을 천명해 정통성을 드높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흉상 철거는 역사를 왜곡하고, 국군과 육사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라며 “우리는 홍범도 장군의 애국심과 헌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2018년 3월 1일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흉상은 대한민국 군 장병이 훈련으로 사용한 실탄의 탄피 300㎏을 녹여 제작했다. 5.56㎜ 보통탄 5만발에 달하는 양이다. 2018년 제막식 당시 육사는 “독립군은 총과 실탄도 제대로 못 갖추고 싸웠지만, 이들의 희생으로 탄생한 군은 무장을 완비하고 나라를 지키고 있음을 기억하기 위한 것”설명한 바 있다. 2018.3.1 육군사관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