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농민단체도 “농업 치명타…개봉 안돼”
원주시는 상영금지 가처분·손배 소송 예고
강원 원주시농업단체연합회는 29일 원주시청에서 기자회견를 갖고 영화 ‘치악산’ 제작사를 규탄했다. 원주시 제공
원주시농업단체연합회는 29일 원주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주와 치악산의 청정한 이미지와 치악산 농특산물 브랜드를 심각하게 훼손할 영화 치악산 개봉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 개봉으로 인한 원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결국 농업경제의 파괴를 초래할 것이고, 영화사가 벌어들이게 될 돈에 비교할 수 없는 치명타를 지역에 입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실제 치악산에서 발생한 사건도 아닌 허구의 이야기로 제작된 영화를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도 없이 개봉을 강행한다는 것은 영화사가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자극성과 돈벌이만 생각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치악산 구룡사 신도연합도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 ‘치악산’ 개봉 철회를 요구했다. 구룡사는 668년(신라 문무왕 8년) 의상대사가 치악산에 창건한 사찰로 수많은 고승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대찰이다.
신도연합은 “이목을 끌기 위해 제작한 토막 난 사신이 등장하는 포스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치악산에서 발생하지도 않은 토막살인 괴담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인해 구룡사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 입장마저 홍보 수단으로밖에 사용하지 않는 영화 제작사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영화 개봉을 연기하고, 영화 제목과 영화 내용에 있는 치악산 명칭을 변경하라”고 촉구했다.
구룡사 주지 해공스님은 “상영 금지 또는 내용들을 바꾸지 않으면 영화 보이콧을 전개할 생각이다”며 “영화 홍보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제작사에 타격을 줄 수 있도록 개봉 시에는 영화 안 보기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7일에는 원주시가 영화 ‘치악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계획을 발표하며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원주시는 영화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제기할 방침이다.
앞서 원주시는 영화 제작사에 영화 제목 변경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치악산’이라는 대사 삭제를 요구했으나 영화 제작사는 “그렇게 되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회의 석상에선 시의 제안을 수용할 듯한 태도를 보이다가 뒤돌아서서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행태를 보면 협상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 달 13일 개봉할 예정인 영화 ‘치악산’은 40년 전인 1980년 치악산에서 열여덟 토막이 난 시체 10구가 발견됐다는 괴담인 이른바 ‘치악산 18토막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괴담에 대해 경찰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최진용 원주경찰서 형사과장은 “그 정도 사건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그런 사건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치악산 구룡사 신도연합은 28일 원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 ‘치악산’ 제작사에 개봉 철회를 요구했다. 2023.8.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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