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 수명 다했나…“인위적 폐지보단 월세 인센티브 필요”

전세제도 수명 다했나…“인위적 폐지보단 월세 인센티브 필요”

옥성구 기자
옥성구 기자
입력 2023-08-17 17:44
수정 2023-08-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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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서의 전세 의미와 역할 세미나
“전세 지탱하는 금융제도 있어 전세 유지”
“오랜 관행이기 때문에 인위적 폐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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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가 17일 공동 주최한 ‘주택시장에서의 전세의 의미와 역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8.17.
국토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가 17일 공동 주최한 ‘주택시장에서의 전세의 의미와 역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8.17.
오랜 시간 서민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제도를 인위적으로 폐지하기보단 현재 전세제도에 치중된 지원과 규제를 해소해 월세제도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김경환 서강대 연구석학교수는 17일 국토연구원과 한국주택학회가 공동 주최한 ‘주택시장에서의 전세의 의미와 역할’ 세미나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최근 집값 상승에 감춰졌던 전세사기가 곳곳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전세가 속출하자 ‘전세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전세 보증금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100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전세가 여전히 순기능을 내포하고 있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김 교수는 “전세는 임차인이 정보 비대칭하에서 임대인에게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는 데 따른 내재적 위험이 있다”면서 “전세사기와 관계없이 전세보증금이 하락하거나 임대인이 보증금을 잘못 운용할 경우 반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세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전세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로 시중 대출보다 완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전세대출, 전세자금 보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등 금융제도를 꼽았다. 김 교수는 “전세를 지탱하는 제도가 있어 전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했다고 없앨 수 없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면서 “전세를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라 전세제도를 위주로 기울어진 지원과 규제를 평평하게 만들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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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주제 발표에서 월세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전세금 회수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전세사기가 최근에만 나타난 신종 범행 수법이 아님을 짚었다. 1930년대에도 전세금 편취 사건이 있었고 1980년대엔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이용한 전세사기도 등장했다.

김 교수는 “전세제도는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면서 “주택시장에서 대출을 규제하는 취지에 맞게 전세자금담보대출 또는 전세금반환대출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택매수를 위한 대출은 규제하면서 세입자가 돈을 빌려 다시 소유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현상은 주택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면서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제도보다 월세제도를 이용하는 게 이익이 되도록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박진백 박사는 “주택 매입자 상당수에게 전세는 주택 매입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한다”면서 전세를 금융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보증금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갚아야 할 채무라는 점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할 필요성을 제언했다. 나아가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 중심의 시장이 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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