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예술가 거리에 때아닌 ‘사회주의 낙서 전쟁’

런던 예술가 거리에 때아닌 ‘사회주의 낙서 전쟁’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8-09 02:33
업데이트 2023-08-09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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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산당 핵심 가치 문구 도배에
반대 시민들 ‘無’·‘不’자 붙여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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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예술가 거리 ‘브릭 레인’ 벽면에 6일(현지시간) 밤새 붉은색 페인트로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의미하는 한자 24자(위쪽)가 적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런던의 예술가 거리 ‘브릭 레인’ 벽면에 6일(현지시간) 밤새 붉은색 페인트로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의미하는 한자 24자(위쪽)가 적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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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예술가 거리 ‘브릭 레인’ 벽면에 6일(현지시간) 밤새 붉은색 페인트로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의미하는 한자 24자가 적힌 것을 본 한 여성이 ‘평등’이라는 글자 위에 조지 오웰의 공산주의 비판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영문 구절 ‘그러나 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더 평등하다’를 검정색 글씨로 적고 있다. 런던 게티이미지스
영국 런던의 예술가 거리 ‘브릭 레인’ 벽면에 6일(현지시간) 밤새 붉은색 페인트로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의미하는 한자 24자가 적힌 것을 본 한 여성이 ‘평등’이라는 글자 위에 조지 오웰의 공산주의 비판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영문 구절 ‘그러나 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더 평등하다’를 검정색 글씨로 적고 있다.
런던 게티이미지스
영국 런던의 예술가 거리 ‘브릭 레인’의 한쪽 벽에 6일(현지시간) ‘부강(富强)·민주(民主)·문명(文明)·화해(和諧)·자유(自由)·평등(平等)·공정(公正)·법치(法治)·애국(愛國)·경업(敬業)·성신(誠信)·우선(友善)’이라는 모두 24자의 한자가 적혀 있어 눈에 띄었다. 평소 그래피티(낙서)로 가득한 곳이지만 중국 농촌에서나 볼 수 있던 흰색 바탕에 붉은색 글자들은 뜨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원래 다른 그래피티 아트가 그려져 있었는데, 지난 5일 밤과 다음날 아침 사이에 예술가들이 흰색 페인트를 칠해 덮은 뒤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단어 12개를 적어놓은 것이었다. 중국 미디어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왕립예술대에서 현대예술 석사학위를 딴 이췌(본명 왕한정)가 기획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문화 식민주의에 대한 항의를 행위예술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아티스트 작품을 덮어버려 유감이지만 그것 또한 자유의 대가”라며 “앞으로 또 어떤 예술가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어떻게 창작할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중국 내에선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 이해, 대화를 통해서만 조화로운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작가를 응원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선이 압도적이었다. 프랑스 라디오 RFI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 찬란한 문화를 일제히 ‘말소’해 버린 점에서 매우 ‘중국스러운’ 작품”이라며 “스스로도 실천할 수 없는 무의미한 24자를 적어놨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도 “공산당의 선전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반미학적인지 폭로하는 것이라면 성공적”이라고 비아냥댔다.

“베이징에 가서 감히 민주주의와 자유를 적을 수 있느냐? 과감하게 그렇게 한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조국은 감히 당신을 체포할 것”이란 댓글도 있었다.

반대하는 이들이 해당 한자 앞에 ‘무(無)’나 ‘부(不)’를 붙여 놀려먹기도 했다. 또 ‘평등’ 옆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유명 구절 ‘누군가는 다른 이들보다 평등하다’고 적은 이도 있었다. 지자체가 모두 흰색으로 칠해 지워버리자 7일에는 각자 자유롭게 의견을 적기 시작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2023-08-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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