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참상 목도한 尹대통령 부부
‘민간 학살’ 부차·이르핀 등 방문
전사자 추모의 벽 찾아 헌화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의 아동권리 보호센터를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함께 찾아 러시아에 강제 송환됐다 귀환한 우크라이나 아동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7.15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 부부가 먼저 찾은 부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서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2월 말부터 한 달여간 러시아군에 점령돼 다수의 민간인이 학살된 곳이다. 러시아는 민간인 학살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살해된 시신이 400구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라며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학살된 민간인 사진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며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점령으로 도시 시설의 70%가 파괴된 이르핀을 찾아 붕괴된 현지 민가 등을 직접 둘러봤다. 키이우에서 불과 20㎞ 떨어져 있는 이르핀은 지난해 2월 키이우로 진격하는 러시아군을 치열한 전투 끝에 막아 낸 도시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 대통령궁 인근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사망한 전사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벽은 키이우를 방문했던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다른 해외 정상들도 들렀던 장소다.
양국 정상 부부는 정상회담 후 국립아동병원을 방문하는 일정 등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부상으로 치료 중인 아이들을 보고 “민간인 아동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부인들 간의 소통도 이뤄졌다. 김 여사는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와 키이우 아동인권보호센터를 찾아 러시아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아이들을 위로했다. 현장의 한 어린이는 러시아가 설치한 지뢰의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우크라이나 아동들의 현실을 담은 스티커를 김 여사의 손목에 붙여 줬다고 한다. 김 여사는 또 젤렌스카 여사와의 환담에서 지난 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당시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위해 지어진 우크라이나 센터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센터에 전시된 우크라이나 피난민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분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어 한다”며 난민 그림을 한국에서 전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젤렌스카 여사는 “전쟁의 참상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화답했다.
2023-07-17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