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구속·개인회생 신청 ‘꼼수’
세입자 승소에도 강제집행 어려워
‘경매 유예 등 초점’ 특별법도 한계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23.4.18. 도준석 기자
6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과 인천지법에 남씨와 딸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각자 제기한 보증금과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은 최소 10건으로, 소송 금액만 82억 6000만원 수준이다. 원고 1명당 2000만~1억원의 전세 보증금과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한 것이다.
남씨와 딸은 충분한 자금 없이 아파트나 빌라를 임대·분양한다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과 계약금을 받은 뒤 임차 기간을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195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김홍도 판사는 이날 남씨에게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계약금 등 9800만원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서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사기 계약을 통해 피해 사실이 분명한 만큼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다른 전세사기 민사 사건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은 속속 나오고 있다.
전세사기 삽화. 서울신문 DB
실제로 남씨를 상대로 한 7000만원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을 대리해 승소한 변호사 A씨는 “의뢰인은 남씨 구속 전이라 계약금을 돌려받았지만 구속 이후 소송을 진행한 사람들은 반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남씨의 딸은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어 채권 추심도 불가능하다. 남씨 딸에게 단체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B씨는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 영향을 받게 됐다고 한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 전까지 가압류나 강제집행 등을 중지·금지한 것이다.
B씨는 서울신문에 “소송은 이겼지만 회생 신청 꼼수와 포괄적 금지명령 때문에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전세사기 그래픽. 서울신문DB.
이런 가운데 전세사기 특별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특별법으로는 피해 임차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간 뒤에서야 ‘경매 유예·중지 신청’이나 ‘우선매수권 부여’ 지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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