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기 드레스에 가짜피, “강간하지 마”…칸 레드카펫 시위

우크라 국기 드레스에 가짜피, “강간하지 마”…칸 레드카펫 시위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5-23 04:51
수정 2023-05-23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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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밤 제76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페스티발 팔레스 레드카펫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본뜬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몸에 가짜피를 끼얹어 시위를 벌이자 경호요원이끌어내고 있다. 칸 AFP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밤 제76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페스티발 팔레스 레드카펫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본뜬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몸에 가짜피를 끼얹어 시위를 벌이자 경호요원이끌어내고 있다.
칸 AFP 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밤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영화인들이 모두 모이는 제76회 칸국제영화제의 주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발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시위가 벌어졌다.

바닥에 끌리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이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을 사뿐사뿐 올라가다 멈춰 섰다. 그는 파란색과 노란색 원단이 사선으로 엮여 우크라이나 국기를 떠올리게 하는 드레스를 입고 있어 등장할 때부터 시선을 끌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끊임없이 터지는 취재진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이 여성은 계단 중간에서 붉은색 액체가 담긴 주머니를 꺼내 머리에 뿌렸다.

프랑스 감독 쥐스트 필리포의 비경쟁 부문 초청작 ‘아시드’(Acide)를 상영하는 날에 발맞춰 이런 시위가 벌어진 것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레드카펫에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던 보안 요원은 온몸에 가짜 피를 바른 이 여성을 즉각 제지한 뒤 레드카펫 밖으로 내쫓았다.

이 여성은 어떤 말을 하지도, 현수막을 펼치지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여성의 신원이나, 이런 퍼포먼스를 행한 이유 등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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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위에서 몸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그린 여성이 “우리를 강간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칸 AFP
지난 19일(현지시간)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 위에서 몸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그린 여성이 “우리를 강간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칸 AFP
지난 19일에도 칸의 레드카펫 위에서 비슷한 여성 시위가 있었다. 호주 출신 조지 밀러 감독이 연출하고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과 이드리스 알바가 호흡을 맞춘 ‘Three Thousand Years of Longing’ 시사회에 참석하려는 이들이 모여 들던 레드카펫 위에서 한 여성이 옷을 벗었는데 몸에 우크라이나 국기, ‘우리를 강간하지 말라’는 글자와 함께 가짜피를 묻힌 채였다. 그는 같은 구호를 외쳤다. 경호요원들이 재빨리 에워싸며 옷을 덮어 가렸다.

이 여성은 1967년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여성단체 SCUM 회원으로 알려졌다. 그의 등쪽 문신에 SCUM이 있기도 했다.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강간을 일종의 전쟁 전술로 삼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8일 러시아 병사들에 강간당한 한 살 소년이 부상 끝에 숨졌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옴부즈우먼에 따르면 이틀 새 두 명의 열 살 소년이 얼마 전 탈환한 하르키우 지역에서 당하는 등 강간 신고만 60건 넘게 접수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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