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에 2금융 대환대출 ‘오픈런’… 씁쓸한 서민대출 인기

생계비에 2금융 대환대출 ‘오픈런’… 씁쓸한 서민대출 인기

황인주 기자
황인주 기자
입력 2023-03-30 02:06
수정 2023-03-30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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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9%대 대환금리 상담 몰려
당국 생계비 대출 예상 밖 호응
일각 “최고금리 다시 올려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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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00만원 소액생계비대출부터 제2금융권 신용대출을 은행권 대출로 전환해 주는 대환대출까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 잇따라 예상 외의 흥행을 거두고 있다. 그만큼 현재 벼랑 끝에 내몰린 취약계층이 많다는 것임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씁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27일 ‘KB국민희망대출’을 출시한 후 이틀 동안 전국에서 1600명의 상담자가 몰리는 등 반응이 뜨겁다.

한 국민은행 창구 직원은 “평소에는 은행을 찾지 않을 정도로 신용이 좋지 않은 고객들이 많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KB국민희망대출은 제2금융권 신용대출(현금서비스 제외)을 낮은 금리의 은행권 대출로 전환해 주는 대환대출 상품이다. 최대 9.99%의 금리로 1억원까지 갈아탈 수 있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6개 카드사(비씨카드·삼성카드·신한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KB국민카드)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13.1~16.84%, 저축은행이 13.78~19.81%에 달하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행은 5000억원 한도로 해당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대환대출을 받고자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뛰어가 구매하는 것)을 했다거나, 대출 거절을 당했다는 후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과 은행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각각 50%, 40%로 달라 ‘전액 대환’이 안 돼 부결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신용 한도가 대환대출 금액보다 적게 나와도 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이 출시한 소액생계비대출도 인기다. 소액생계비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취약층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빌려주는 정책 상품이다. 소액 대출 때문에 불법 사금융에 빠지는 사례를 막고자 마련됐다. 연 15.9% 금리와 한도 때문에 출시 전 정치권 안팎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상담 예약 첫날인 지난 22일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와 콜센터가 한때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투자 목적이 아닌 말 그대로 생계형 대출이라 할 수 있다”면서 “금리는 올라가고 돈 빌릴 곳은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소액 대출을 신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재 연 20%인 법정 최고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에서 점차 인하돼 2021년 7월 연 24%에서 연 20%까지 내려갔다. 수익성이 악화된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축소하는 바람에 일부 저신용 채무자는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제2금융권도 법정 최고금리 20% 내에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칫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금리를 낮춰 대출을 해 주면 금융 시스템을 악화시킬 수 있어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3-03-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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