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마주 앉고, 먼 거리에 앉히고… 푸틴식 외교 기술

가까이 마주 앉고, 먼 거리에 앉히고… 푸틴식 외교 기술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3-02-24 01:52
수정 2023-02-2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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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서 中 왕이 두 팔 벌려 맞아
반미 동맹국 특사 환대 모습 보여

마크롱·숄츠는 긴 탁자 끝에 앉혀
목소리 잘 들리지 않는 ‘굴욕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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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오른쪽)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왕이 위원과 가깝게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푸틴(오른쪽)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왕이 위원과 가깝게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을 찾은 ‘반미 우방’ 중국 특사를 극진히 환대해 화제다. 전쟁을 만류하러 온 서구 정상들을 대놓고 홀대한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로 푸틴식 ‘외교 싸움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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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왼쪽)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긴 탁자의 끝에 두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하던 것과 정반대 대응이다. 모스크바 AFP 연합뉴스
지난해 2월 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왼쪽)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긴 탁자의 끝에 두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하던 것과 정반대 대응이다.
모스크바 AFP 연합뉴스
23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푸틴 대통령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접견실로 들어오는 순간 환하게 웃으며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국가 지도자들에게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고 선언한 사실을 과시하려는 듯 왕 위원과 5m 길이의 타원형 탁자에 마주 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이 탁자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외신 보도로 유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이 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푸틴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아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회담을 나누는 ‘굴욕’을 맛봤기 때문이다. 당시 크렘린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러 온) 서방 정상들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 그가 왕 위원을 만날 때는 지금껏 보지 못한 자리 배치를 선보였다. 같은 탁자임에도 두 사람이 탁자 중앙에서 가깝게 마주 보며 살갑게 대화를 진행한 것이다. BBC방송은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고자) 긴 테이블을 좋아하고 상대방을 멀리 떨어져 앉게 한다”며 “이번 연출은 푸틴이 ‘중국과 같은 우호국의 대표는 격식 없이 편하게 대한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상징적 연출”이라고 해석했다. 푸틴의 이 같은 중국 환대의 속내에 베이징의 협력이 절실한 러시아의 어려운 처지가 담겨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왕 위원은 푸틴 대통령 앞에서 “현재 국제 정세는 복잡하고 엄중하지만 중러 관계는 국제 풍운의 시련을 겪으며 성숙하고 강인해졌으며, 태산처럼 안정적”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미국 견제 메시지도 빼지 않았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는 지금까지 제3자를 겨냥하지 않았으며, 제3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제3자의 협박은 더더욱 수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23-02-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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