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산업유산 정보센터’ 역사 왜곡 현장 가 보니
“돈 주고 일 시켰다”며 봉투 전시日관람객 “가혹 노동 내용 없어”
유네스코, 개선 촉구 결정문 발송
“강제 노동 없었다” 보고서 강행
韓정부 “공개되면 입장 표명”
‘군함도’(일본명 하시마).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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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주쿠구 총무성 별관 1층 ‘산업유산 정보센터’ 전시실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강제동원 현장인 ‘군함도’(하시마)를 파노라마로 촬영한 전경.
산업유산 정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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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지난해 7월 센터를 실사한 후 일본 정부에 개선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발송했다. 일본 정부는 개선 방침을 담은 보고서를 마감 시한인 지난 1일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500쪽을 웃도는 보고서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강제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주된 내용이라고 보도했다. 내년 3월까지가 기한인 전시물 교체나 개선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이유다.
군함도의 노역을 촬영한 흑백 사진에는 강제노역과 가혹행위 등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조차 제공되지 않고 있다.
산업유산 정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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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전시물과 가이드의 입을 통해 ‘노동자 모두가 동등하게 대우받고 살기 좋았던 섬’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전시관에 설치된 당시 군함도의 낡은 흑백 사진에는 어린이집과 술집, 시장, 약국 등이 담겨 있었다. 가이드는 “급료를 가지고 누구나 가게에서 장을 볼 수 있었고 일이 끝나면 한잔하며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 구성은 지옥이었던 군함도가 실제로는 사람들이 살기 좋았던 섬이라고 강조하는 데 이용됐다.
3관에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문까지 같이 게시됐다. 가이드는 “협정문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징용공(일본식 표현) 문제는 이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증언을 보면 1944년 8월 8일 일본의 패전 1년 전 전쟁 격화로 사람이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조선인과 대만인을 징용했는데, 징용령에 따라 돈을 주고 일을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강제 한일 합병이 합법임을 전제할 때마다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본식 논리다. 또 대만 출신 군함도 노동자의 급료 봉투도 같이 전시해 차별이 없다고 역설했다.
당시 조선인에 대한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증언한 군함도의 일본 측 생존자 모습.
산업유산 정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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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일본 정부의 보고서를 비공개 중이다. 공개될 경우 한국 정부는 자료를 분석해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 측 보고서에 대해 “우리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네스코에서 보고서를 공개하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12-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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