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방역 통제 완화
‘감염 0명 유지’ 극단적 방역 정책
지방 정부마저 “한계” 공개 비판
“고난 끝” 환영… 항공편 검색 급증
국제학술지 “中 제로 코로나 해제
올겨울 최대 2억여명 감염” 경고
2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얼굴을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형상 위에 합성한 이미지가 영국 런던 중국 대사관 인근에 붙어 있다. 전날 이곳에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에 연대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2022.11.28 AP 연합뉴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중국 허난성 주마뎬시의 이례적인 비판 성명이 신호탄이었다.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알려진 성명에는 “과도한 방역과 끊임없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부정적인 영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무리 막아도 코로나19는 더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고 민생은 파멸적인 타격을 받았으며 공공 재정은 바닥났다. 사회 안정과 법질서는 혼돈에 빠졌다”며 “코로나19 감염자 치사율이 유행성 독감보다 낮다. 이제는 (폐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중심의 통제와 상명하복 환경이 강력한 중국에서 지방정부가 중앙 시책을 공개 비판한 상황뿐 아니라 내용도 이례적이었다. 일반 주민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제로 코로나’ 정책의 한계 상황에 봉착했음을 보여 준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1년여 전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시작했지만 중국은 ‘나 홀로 감염자 0명’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스럽게 지켰다. 감염자는 물론 밀접 접촉자도 빠짐없이 격리 시설에 수용했고 확진자가 단 한 명만 나와도 지역을 통째로 봉쇄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방역 정책으로 중국 경제는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엄격한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지난달부터 시위가 꼬리를 이었다. 애플 최대 하청업체인 폭스콘의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 집단 탈출 사태가 벌어졌고, 급기야 광저우 봉쇄지역인 하이주구에서도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4일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고층 아파트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나오자 분노가 극에 달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금기어나 다름없는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라는 구호까지 터져 나왔다. 결국 중국 정부는 14억 중국인의 성난 민심을 확인하고 ‘방역 완화’로 태세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중국 국무원의 10개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에는 “홀로 외길을 걷던 중국이 세계적인 조류에 합류했다”, “3년간의 고난이 마침내 끝났다”는 등 환영 일색이었다. 일부 지방정부는 “내년 춘제(음력설)를 고향에서 지내라”는 홍보도 시작했다. 이날 트립닷컴 등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는 춘윈(춘제 특별수송기간) 항공기 순간 검색량이 160% 증가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에 따른 감염자 급증세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숙제로 남았다.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영국 기업 에어피니티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해제하면 올겨울 최대 2억 7900만명이 감염돼 21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산 백신의 낮은 유효성 때문에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역을 해제하면 감염 폭증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2022-12-08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