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강제징집 및 녹화·선도 공작 관련 피해자 2921명 명단 확보 보안사 11만쪽 넘는 분량 존안자료 보관 국방부, 보안사 등 공작 관련 지시사항 문건도 공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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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 대공처가 만든 ‘특수학변자(ASP) 심사 및 순화계획 보고’(1982. 11. 17.) 문건. 특수학적변동자는 “대학 재학생 중 내무부 장관이 결정한 소요관련자”라고 명시돼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 학생운동을 벌이던 대학생들을 강제로 군대로 끌고 가 전향시키고, ‘프락치’로 활동하게 한 사건의 피해자 명단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결론내리고 187명을 피해자로 인정했다. 또 1970~1980년대 강제징집 및 녹화·선도 공작 관련 피해자 2921명의 명단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의 윤곽을 파악하는 조사는 그동안 진행돼 왔지만, 개인별 피해 사례를 대대적으로 파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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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경의식화 불순분자 대상 대공활동지침’ 중 부대별 활동 목표가 담긴 보안사 문건. 특별사찰활동, 공작여건개발활동, 침투공작활동을 세부 시행지침으로 시달했다. 보안사는 13개 보안부대별로 공작 대상 인원을 배정하고 부대별 예산도 배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보안사령부 등 국가 공권력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대학생들을 불법으로 구속해 강제 입영시킨 뒤 회유·협박해 프락치 활동을 하게 했다. 피해자들은 후암동, 진양상가, 경기 과천 등 보안사령부 분실로 끌려가 명찰과 계급장 없는 군복으로 갈아 입은 뒤 최대 한 달간 조사를 받았다. 고문과 협박은 기본이었고, 반공서적을 읽고 독후감을 썼고, 출생에서 군복무까지의 과정도 반복해서 써야 했다. 대학 서클 가입경위, 시위 참여 등 학생운동 전반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이후 학교 주변 식당과 주점 등에서 친구와 선후배 등을 만나 각종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밀정으로 활동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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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관련 자원 활용 방안을 담은 보안사의 ‘좌경의식화 불순분자 대상 대공활동지침’(1982. 5. 17.). 문건에는 △입대 6개월 이내자를 소환 및 협조자로 만들어 불순 서클 자료 파악 및 근원 개발 △6개월 이내 제대 예정자를 협조자로 만들어 제대 후 학원 내 문제 서클 근원 개발 및 침투공작 활용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진실화해위는 보안사령부가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11만쪽이 넘는 분량의 개인별 존안 자료, 연도별 선도대상자 명단 자료에서 중복된 사람을 제거한 뒤 2921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존안 자료’는 보안사령부가 학생 운동에 참여한 대학생의 개인 신상과 동향을 파악한 문서다. 여기에는 피해자들이 보안사령부 분실에서 진술한 내용, 반성문, 학적변동기록, 입대·제대 날짜, 취업한 회사와 부서명, 거주지 약도까지 기재돼 있다. 전두환 정권이 벌인 ‘녹화 사업’ 대상자는 1980~1983년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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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사가 만든 ‘군입영 대상 문제학생 관리지침’(1986. 1. 15.). 보안사가 심사과 폐지로 녹화공작을 중단한 뒤에도 ‘선도업무’로 프락치 강요 공작을 계속했음을 보여준다. 대학이 문교부로 징계결과 보고를 하고, 지원 보안부대에선 사령부에 관심 대상자 발굴보고를 하라는 지침 등이 담겨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선도대상자 명단에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윤영찬·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강택 전 TBS 대표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명단에는 노태우 정권 시기인 1989년 10월 입대자를 비롯해 검정고시 준비생, 직장인 등 민간인 47명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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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경의식화 불순분자 대상 대공활동지침’ 중 단계별 시행 지침이 담긴 보안사 문건. 3단계 ‘침투 공작 활동’, 4단계 ‘공작활동 정착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지난해 5월 조사 개시를 의결한 진실화해위는 진실규명 신청자 207명 중 187명을 피해자로 판단했고, 나머지 20명도 추가 조사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로 인정받은 9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해자 조사와 형사고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단체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의 황병윤 상임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는 첫 단추”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진실 규명 결정 발표와 함께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교육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 관련 국가기관의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또 국방부가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 명예 회복, 배·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할 것을 제안했다.
최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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