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비극을 정치싸움에”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에 분노한 유족 댓글

“가족의 비극을 정치싸움에”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에 분노한 유족 댓글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11-14 16:29
수정 2022-11-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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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9 연합뉴스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9 연합뉴스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 2곳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명단 아래에 유족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분노에 찬 항의 댓글을 달며 명단 공개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해 이름을 알린 ‘더탐사’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신생매체 ‘민들레’는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했다.

민들레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참사 발생 16일 만에 이름을 공개한다. 진정한 애도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민들레는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명단을 공개한다고 밝히면서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주장했다.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는 14일 홈페이지에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사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는 14일 홈페이지에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사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민들레 홈페이지 캡처
이어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면서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들은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다.

민들레 홈페이지의 명단 공개 글에 이날 오후 4시 현재 1000개 넘는 댓글이 달린 가운데 유족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특히 눈길을 끈다.

자신의 (사촌)동생이 참사 희생자라고 밝힌 A씨는 “너희들은 진짜 악마다. 유족인 삼촌이, 할머니가, 우리 아빠가 이걸 안 괜찮아하는데 왜 타인인 너희가 이걸 괜찮다고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다른 병원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웃 유족들도 다 싫어한다”며 “추모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유족들 동의는 받든가 그 정도 노력이 뭐가 힘드냐. 이 정도도 못하는데 무슨 추모냐. 그냥 이용해먹으려 하는 거지. 고소 각오하라”고 덧붙였다.

다른 네티즌들이 명단 공개 동의 여부에 대해 묻자 A씨는 “삼촌께 물어봤다. 애초에 연락받은 적도 없다시더라. 가족의 비극이 이런 정치 싸움에 쓰이는 걸 어떤 유족이 원하느냐”고 답했다.

희생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삼촌이라는 B씨는 “유족 동의도 없이 이런 짓 하는 게 정녕 옳은가.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게 유족 아닌가”라며 “자기들 목적을 위해서는 법도 어기고 피해 당사자인 유족 말도 무시해도 되는 거였나 보다”며 명단 공개를 비판했다.

B씨는 이어 “하늘에 계신 우리 삼촌도 가족이 원하지 않는데 자기 이름을 무조건 공개해야 된다고 생각하실까”라며 “자기들이 정의라고 생각하면 유족이고 법이고 다 무시한다. 그리고 이게 희생자를 위한 거라며 합리화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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