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까먹었다” 레카비, 무사 귀환…일각에선 강제송환 주장도

“히잡, 까먹었다” 레카비, 무사 귀환…일각에선 강제송환 주장도

강민혜 기자
입력 2022-10-19 15:02
수정 2022-10-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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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송환, 보호 의무 저버린 것” 해명 요구했지만…
외신 “레카비, 영웅 칭호 속 귀국”
레카비, 전날 인스타그램 통해 상황 공유
서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다가 실종설에 휘말린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가 19일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은 레카비의 안전을 우려해 마중나온 시민 수백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2022.10.19 이란휴먼라이츠
서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다가 실종설에 휘말린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가 19일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은 레카비의 안전을 우려해 마중나온 시민 수백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2022.10.19 이란휴먼라이츠
시민·인권단체들이 최근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서울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던 이란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의 강제 귀국조치 의혹을 해명하라고 이란 정부에 촉구했다.

16개 단체 연대체인 ‘이란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은 19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레카비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자의로 귀국했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한국 일정이 남아있었고 선수 개인이 마음대로 일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노골적 탄압” 주장단체는 “현지에서는 레카비가 공항에서 곧바로 정치범수용소인 에빈 교도소로 이동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며 “이는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여성 선수를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란 출신 여성 박씨마는 “레카비는 이란에서 히잡 문제로 시위하고 죽어가는 여성들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히잡을 벗고 경기했다”며 “이 같은 행동이 이란의 많은 여성에게 용기를 줬기 때문에 억지로 데려갔을 것이다”라고 했다. 

김연주 난민인권네트워크 변호사는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인 한국은 생명·신체 위험이나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가 발생할 수 있는 국가로 송환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위법한 강제송환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단체 관계자 4명은 히잡 시위에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가위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는 퍼포먼스도 했다. 
19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 관계자 등이 이란 정부의 레카비 선수 강제 귀국 조치 의혹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19 연합뉴스
19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 관계자 등이 이란 정부의 레카비 선수 강제 귀국 조치 의혹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19 연합뉴스
● BBC “레카비, 이란 도착”
수백명의 환영 인파, 환호
이 가운데 이날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을 통해 레카비가 이란에 귀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신은 레카비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통해 이란에 오전 일찍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입국 터미널의 출입문이 열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고 있던 수백명의 환영 인파가 “레카비는 영웅”이라고 외치고 박수를 치며 반겼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머리를 감싼 검정 두건 위로 검은 야구 모자를 쓴 채 입국장으로 나온 그가 가족들과 포옹하고 꽃다발 여러 개를 전달받는 모습도 찍혔다고 미국 AP통신은 전했다.
주한 이란 대사관은 “레카비는 18일 오전 동료들과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부정한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우리 외교부도 레카비가 한국을 떠났다고 확인했다. 2022.10.18 주한이란대사관 트위터
주한 이란 대사관은 “레카비는 18일 오전 동료들과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부정한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우리 외교부도 레카비가 한국을 떠났다고 확인했다. 2022.10.18 주한이란대사관 트위터
● “히잡 까먹고 경기 임했다”
레카비는 공항에서 이란 국영방송과 한 귀국 인터뷰를 통해 “긴장과 스트레스가 많긴 하지만 평화로운 마음으로 이란에 돌아왔다”며 “신께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서울 대회 당시 히잡을 쓰지 않은 것에는 “신발을 신고 장비를 챙기느라 분주해 히잡을 쓰는 것을 까먹고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테헤란 공항을 빠져나온 레카비는 승합차에 올랐고, 차량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인파를 뚫고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가 이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불확실하다고 AP는 보도했다.

레카비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한강변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 이란 ‘히잡’ 관련 찬반 과열이란에서는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체포돼 16일 사망했고, 이를 기점으로 수도 테헤란 등을 기점으로 규탄 시위가 일어났다. 

이란인권(IHR)의 발표로 아미니가 체포 후 머리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게 알려졌지만, 이란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허위라면서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달 10∼16일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레카비 선수가 16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또한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채 귀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강제귀국 의혹이 나왔다.

해외 언론은 그가 대회 마지막 날 실종됐다면서 히잡 미착용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보도했고, 최근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맞물리며 그의 행방은 국제적인 관심사가 됐다.

전날 레카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히잡 문제가 불거진 것은 나의 부주의였다.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현재 팀원들과 함께 예정된 일정에 따라 귀국길에 올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레카비 실종 의혹을 처음 보도한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여성 선수들이 과거에도 사과를 강요받은 적이 있다며 레카비가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한 언어가 강압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6일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아시아선수권 대회 결승전에 출전한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 2022.10.16 AFP 연합뉴스/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제공
16일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아시아선수권 대회 결승전에 출전한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 2022.10.16 AFP 연합뉴스/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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