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n&Out] 러시아·우크라 문제에 대응하는 한일 차이/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러시아·우크라 문제에 대응하는 한일 차이/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입력 2022-04-19 20:34
수정 2022-04-20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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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비교하면서 어딘지 석연찮은 느낌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한일은 미국과 동일한 보조를 취하며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양국 언론과 아카데미즘의 논조 등을 접하면서 둘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느껴졌다.

그러던 중 하나의 사건을 만났다. 지난 12일 도쿄대 입학식에서 나온 칸영화제 수상 경력의 여성 영화감독 가와세 나오미의 축사에 몇몇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들이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가와세 감독은 “러시아란 나라를 악당이라고 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나라의 정의가 우크라이나의 정의와 충돌한다면 이를 말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방적으로 한쪽 의견에 좌우돼 사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악’(惡)을 존재하게 함으로써 스스로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높은 식견을 가진 말이라고, 적어도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의를 같은 차원으로 보는 것은 감성이 결여된 것”, “양비론을 초월적인 정의로 밀어붙이려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등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나는 가와세 감독의 말을 결코 양비론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는 “러시아는 나쁜 존재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가 아니라 “왜 러시아는 침략행위를 선택했는가”를 내재적으로 이해하는 지적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요즘 내가 계속 느끼는 게 있다. 이 문제에 관한 한일 언론과 아카데미즘의 논조를 접하면서 한국의 논의가 더 뛰어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러시아, 소련 등 동유럽 연구에 관해서는 일본이 훨씬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있고, 연구 역사가 짧은 한국보다 우수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왜 그럴까. 일본의 담론은 결론이 정해져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의 의도 따위는 탐색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20세기 전반의 침략전쟁 역사를 불식시키기 위해 더 과잉반응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한국은 대미 협력이라는 선택에서는 일본과 같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동안 쌓아 온 ‘북방외교’의 성과를 살리기 위해 좀더 다른 선택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다.

이는 미중 대립을 둘러싼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문재인 정권의 자세는 미중 대립의 심화에 따라 현실적 기반을 상실하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차기 정권은 한미동맹 강화로 무게중심을 옮겨 중국과 거리를 두는 외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으로서 당연하고도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그에 따른 이해 편익을 계산하고 고민해 ‘자각적’으로 하는 것과 아무 고민 없이 ‘무자각적’으로 하는 것은 다르다. 한국이 전자인 데 비해 일본은 후자인 듯하다.

미중 대립의 심화는 한국 외교의 입지를 좁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대립을 조정할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왜 우선해야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미중 대립으로 손해를 보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의 현재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같은 선택을 하더라도 좀더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고민하는 것을 좀더 이해하고 그것을 공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도 일본에 대해 고민을 좀더 솔직하게 토로하고 공감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2022-04-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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