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효과 ‘굿’ 삼성·LG·게임회사 NFT 러시 속 들끓는 시장... NFT의 가치는?

마케팅 효과 ‘굿’ 삼성·LG·게임회사 NFT 러시 속 들끓는 시장... NFT의 가치는?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22-04-14 11:21
수정 2022-04-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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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시장 1990년대 ‘닷컴 버블’ 연상
저작권·해킹·세금 과세 등 과제 산적

“‘무라카미 플라워즈’ NFT를 구매해도 해당 작품에 대한 상업적 권리는 없습니다.” (If you buy a Murakami.Flowers NFT, you do not receive commercial rights in the corresponding artwork)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의 NFT프로젝트 소개란엔 이런 내용의 조건이 붙어 있다. 이 말은 암호화폐(코인)을 주고 NFT 작품을 사도 구입자가 원하는 곳에 이를 전시하거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논란의 여지가 크지만 NFT를 실체 없는 ‘디지털 쪼가리’로 여기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 현실에서 실제 그림을 구매할 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실물 그림을 산다고 저작권까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성준(앤드어스 대표이사)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은 “NFT는 등기 소유권을 사오는 개념”이라면서 “실물 그림을 사면 비싸게 되팔 수는 있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한 디지털 아트 관점만으론 NF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워보인다.
활짝 웃는 무지개색 꽃 일러스트(작품명 ‘카이카이 키키’)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유명세를 탄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의 NFT프로젝트 ‘무라카미 플라워즈’ 페이지. 오픈시 캡처
활짝 웃는 무지개색 꽃 일러스트(작품명 ‘카이카이 키키’)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유명세를 탄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의 NFT프로젝트 ‘무라카미 플라워즈’ 페이지. 오픈시 캡처
14일 NFT 시장분석 업체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NFT 총액은 176억 9585만 달러(21조 8868억원)에 달한다. 시장 태동기인 2019년 2453만 달러(303억원)와 비교하면 2년 새 7만 2133%가 급증한 액수다.
NFT 발행을 통해 메타버스 세계와 이를 연결하겠다고 공약한 무라카미 타카시. 그는 자신의 NFT 프로젝트 ‘무라카미 플라워즈’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나는 NFT 예술을 단순히 예술로 생각한다’, ‘NFT 예술은 주식이나 상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라카미의 꽃의 존재는 블록체인 너머로 확장된다’ 등의 글들을 남겼다. 사진은 프로젝트가 공개한 메타버스 맵. 인스타그램 캡처
NFT 발행을 통해 메타버스 세계와 이를 연결하겠다고 공약한 무라카미 타카시. 그는 자신의 NFT 프로젝트 ‘무라카미 플라워즈’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나는 NFT 예술을 단순히 예술로 생각한다’, ‘NFT 예술은 주식이나 상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라카미의 꽃의 존재는 블록체인 너머로 확장된다’ 등의 글들을 남겼다. 사진은 프로젝트가 공개한 메타버스 맵. 인스타그램 캡처
그동안 ‘로또’에 가까운 뉴스도 많았다. 잭 도시 트위터 공동창업자의 한 줄 짜리 트윗이 33억에 팔렸고 2021년 3만원에 민팅(분양) 된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BAYC)의 원숭이들은 현재 3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클릭 한 번에 적게는 수백 많게는 억대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식에 최근 온갖 뭉칫돈이 NFT 시장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NFT시장에서 1990년대 닷컴 버블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NFT 기술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사설등기로 일종의 소유권 증명이기 때문에 활용할 분야가 많다”면서도 “다만 현재 NFT 시장은 버블이 심하게 껴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NFT의 진정한 가치에 집중하기보다 일확천금에 대한 심리가 NFT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NFT의 가치는 NFT가 단순한 디지털 파일을 넘어 그 이상의 세계를 열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발생한다.

NFT 분양을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메타버스 세계와 이를 연결하고, 작품을 활용한 휴대용 게임기 출시하겠다고 밝힌 무라카미 타카시의 공약에서 NFT가 만들어 갈 내일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아트와 블록체인 다오(DAO)를 연결하고 유명 브랜드나 뮤지션과 협업해온 것처럼 디지털 세계와 실체적 세계를 연결하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는가하면 NFT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살롱이나 클럽 이벤트를 열고 사람들을 직접 만날 기회도 만들겠다고 했다. NFT를 일종의 클럽 멤버십 인증서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아이템 거래소 ‘X드레이코’에서 실제 거래되고 있는 게임 캐릭터 NFT. 레벨 120의 전사 캐릭터는 지난달 8만 위믹스 크레딧에 판매됐다. 14일 기준으로 약 4억원에 해당한다. X드레이코 홈페이지 캡처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아이템 거래소 ‘X드레이코’에서 실제 거래되고 있는 게임 캐릭터 NFT. 레벨 120의 전사 캐릭터는 지난달 8만 위믹스 크레딧에 판매됐다. 14일 기준으로 약 4억원에 해당한다. X드레이코 홈페이지 캡처
기업 역시 NFT가 만들어 갈 ‘확장성’에 주목한다. 특히 게임 업계는 이미 NFT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정 캐릭터나 게임 아이템을 NFT로 만들어 이용자에게 영구적인 소유권을 부여하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 게임을 묶어 하나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식이다. 위메이드가 자사 게임 ‘미르4’에 NFT 요소를 도입해 블록체인 기반의 게임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자·IT 기업들의 NFT 활용 범위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자사 스마트TV를 통해 NFT를 사고팔고 보관 할 수 있는 NFT 플랫폼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시선을 끌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뉴질랜드 법인을 통해 ‘라이브오션’이란 이름의 NFT를 직접 발행하기도 했다.

LG전자도 최근 사업 목적에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을 추가하고 본격적 NFT 사업 개발에 나섰다. LG전자 역시 자사 TV에 NFT 플랫폼을 탑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뉴질랜드 법인이 지난 11일 발행한 NFT(대체불가능토큰) 아트. 사진작가 가브리엘 모턴이 촬영한 바다 풍경사진에 디지털 아티스트 스넉스가 해양생물을 덧대 그린 작품으로, 수익 전액은 해양보호기관 ‘라이브오션’에 기부된다. 삼성전자 뉴질랜드 법인 제공
삼성전자 뉴질랜드 법인이 지난 11일 발행한 NFT(대체불가능토큰) 아트. 사진작가 가브리엘 모턴이 촬영한 바다 풍경사진에 디지털 아티스트 스넉스가 해양생물을 덧대 그린 작품으로, 수익 전액은 해양보호기관 ‘라이브오션’에 기부된다. 삼성전자 뉴질랜드 법인 제공

성장 초기 산업으로 해킹 위험에 저작권, 세금 과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NFT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본다. 박 센터장은 “시장 초기인 만큼 어느 정도 거품은 어쩔 수 없지만 블록체인과 NFT는 결국 안정화될 것”이라면서 “제도화를 통해 NFT 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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