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기후변화가 인류 진화 이끌었다

느린 기후변화가 인류 진화 이끌었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2-04-13 20:48
수정 2022-04-1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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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규명 ‘네이처’ 게재
200만년 전 기후자료까지 생성
발굴된 인류 화석과 결합해 분석
“기후변화 적응하며 거주지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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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뚝… 종잡을 수 없는 날씨
기온 뚝… 종잡을 수 없는 날씨 전국적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진 1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두꺼운 옷을 입은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 한낮 기온이 14도 정도로 전날보다 15도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뉴스1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들은 기후변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했지만 기후 관련 자료가 부족해 기후변화와 인류진화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기후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내 주목받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부산대 석학교수) 단장이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슈퍼컴퓨터로 기후학, 인류학, 생태학 등 다각도에서 기후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는 IBS 기후물리연구단과 부산대,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 피렌체대, 스위스 취리히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의 기후과학자, 인류학자, 생태학자, 정보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4월 14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대륙 빙하 변동, 온실가스 농도, 지구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에 따라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 등 자료를 바탕으로 기후분석 수학모델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IBS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로 기후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200만년 전까지의 기온, 강수량 등 기후 자료를 생성했다. 이 자료를 다시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3200개 지점에서 발굴된 인류 화석과 고고학 표본에 결합해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 5종들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고대 인류종은 처음엔 서로 다른 기후환경에서 살았지만 40만년 전부터 2만 1000년 전까지 주기적으로 발생했던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초기 거주지에서 이동했다. 특히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다양한 식량 자원에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럽과 동아시아 먼 지역까지 이동해 살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인간 진화에 근본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며 “인류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느리게 변한 기후에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지금처럼 기후변화 속도가 빠른 경우 인간이 적응해 진화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연구진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호미닌종들끼리 접촉해 같은 지역에서 살 수 있는지도 조사하고 호미닌 집단 5종의 족보까지 찾아냈다. 이를 통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3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22-04-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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