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靑여민관까지 마중 나가 최고 예우 尹 “국정은 축적, 잘된 건 계승하겠다”

文, 靑여민관까지 마중 나가 최고 예우 尹 “국정은 축적, 잘된 건 계승하겠다”

이근아 기자
입력 2022-03-29 00:18
수정 2022-03-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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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월 만에 재회한 신구 권력
文대통령 내민 손 尹 당선인 잡아
인사한 뒤 나란히 상춘재로 이동
文, 녹지원·비서동 가리키며 설명
尹 청와대 이전 맞물려 묘한 느낌
통합 상징 비빔밥·탕평채로 식사
이름 같은 반려견 토리도 화제로
文 “꼭 성공을 빈다” 넥타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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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위해 나란히 들어오고 있다.2022.3.28.박지환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위해 나란히 들어오고 있다.2022.3.28.박지환기자
“저기 매화꽃이 폈습니다.”(문재인 대통령)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항상 봄과 같이(常春) 아마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네, 아유 정말, (감탄하며 상춘재 왼편 나무 가리키며) 저게 무슨 꽃인지 모르겠어요.”

“산수유예요.”

28일 오후 5시 58분. 예정된 시간을 2분 앞두고 문 대통령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만찬장인 상춘재에서 200m가량 떨어진 여민1관 앞까지 나가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여민1관은 민원인 출입구 근처에 있는 비서동으로,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현관이 아닌 청와대 출입문 부근까지 가서 ‘에스코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최고의 예우를 다한 셈이다. 이날 만남은 오후 8시 50분까지 총 2시간 51분간 이어졌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의 회동 중 가장 긴 기록이다.

오후 5시 59분 윤 당선인을 태운 차가 멈춰 서자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당선인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윤 당선인은 목례 후 양손으로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았고, 대통령도 웃으면서 양손으로 당선인의 손을 감쌌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이후 21개월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윤 당선인은 유 비서실장과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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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2022. 3. 28 박지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2022. 3. 28 박지환 기자
인사를 마친 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나란히 상춘재 앞 잔디밭인 녹지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문 대통령은 이동하면서 녹지원 안에 있는 소나무와 녹지원 옆 비서동 건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녹지원에 대해 “여기가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고 극찬을 하셨던 (곳)”이라며 “이 너머에 헬기장이 있고…”라며 설명을 이어 갔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 대해 “청와대에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라면서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서 여러 가지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손님에게 경내를 설명하는 상황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윤 당선인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고 청와대의 전면 개방을 추진 중인 상황을 감안하고 보면 묘한 느낌을 풍기는 대목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곳을 놔두고 굳이 번거롭게 집무실을 옮길 필요가 있느냐는 점을 문 대통령이 은연중에 부각시키려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다.

윤 당선인은 여민관을 지나면서 “이쪽 어디서 회의를 한 기억이 난다.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라며 검찰총장 시절 청와대를 찾았던 때를 떠올렸다.

오후 6시 3분쯤 상춘재에서 시작된 만찬은 2시간 36분간 이어졌다. 만찬 테이블에는 ▲계절 해산물 냉채(주꾸미·새조개·전복)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봄나물비빔밥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탕평채 ▲더덕구이가 올랐다. 밑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가, 후식으로는 과일과 수정과가 나왔다. 만찬주는 레드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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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예상됐던 2시간이 훌쩍 넘도록 회동 종료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반주를 곁들인 대화가 화기애애한 가운데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결국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저녁 8시 48분 만찬을 끝내고 상춘재를 나왔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마중 나갔던 곳까지 배웅하며 윤 당선인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마지막까지 극진한 예우를 했다. 이때가 저녁 8시 50분이었다.

회동 후 언론 브리핑은 장 당선인 비서실장만 했고 청와대는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당선인 배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장 비서실장은 회동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단독 회동은 없었고, 만찬에는 유 비서실장과 장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향해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네며 “정당 간 경쟁할 수 있어도 대통령 간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 비서실장은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고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뜻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면서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잘된 것은 계승하고 미진한 것은 개선하겠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또 윤 당선인의 “많이 도와 달라”는 말에 문 대통령이 “제 경험을 많이 활용해 달라. 돕겠다”고 말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반려견 ‘토리’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토리’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청와대에서 키우고 있는데, 윤 당선인의 반려견 역시 동명(同名)이라 관심을 모아 왔다. 장 비서실장은 “그야말로 흉금 없이 과거 인연을 주제로 두 분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만찬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길 빈다”는 덕담과 함께 “(내가) 도울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길 빈다”고 화답한 뒤 회동을 마쳤다고 장 비서실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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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2022. 3. 28 박지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2022. 3. 28 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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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2022. 3. 28 박지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2022. 3. 28 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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