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사진에서 6m에 이르는 대형 탁자의 양끝에 두 정상이 앉았던 것이 화제가 됐다.
크렘린 제공 AFP 연합뉴스
크렘린 제공 AFP 연합뉴스
20일 영국 BBC방송은 서방 정보당국의 분석가들의 말을 빌려 “푸틴 대통령이 고립돼 있으며, 자기 생각과 다른 견해에 차단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침공 전날 국가안보회의에서 긴 테이블 끝에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앉는 등 스스로 고립된 모습을 보였다.
서방 국가의 전문가들은 푸틴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푸틴의 심리상태를 분석해 그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BBC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현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알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고립 속에 외부 정보나 그의 생각에 반대하는 견해는 듣지 않는 ‘거품’ 속에 갇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건강상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어 왔으나, 실제로는 (정신적으로) 홀로 고립되어 있어 다른 의견은 수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푸틴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푸틴은 자신이 만든 거품 속에 갇혀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
아드리안 퍼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심리학 교수는 “푸틴은 특정 소수의 사람 말만 듣고 나머지는 모두 차단한다는 면에서 자기 선전의 희생자”라며 “이런 행동은 외부 세계에 대한 이상한 시각을 심어준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고립은 1990년대 냉전 종식 후 러시아가 당한 굴욕을 극복해야 한다는 ‘욕망’과 서방이 러시아를 몰락시키고 자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라는 ‘확신’ 속에 더 강화됐다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푸틴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그는 수 년 동안 불만과 야망 속에서 지내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더 굳어져 다른 관점으로는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믿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껴 더 조급증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립 장기화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코너에 몰린 쥐가 되레 고양이를 공격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서방 국가 관리는 “그가 더욱 포악한 방식으로 달려들거나 무기의 수준을 높일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서방은 상황이 악화할 경우 푸틴 대통령이 화학무기나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조지 WH 부시 재단 미중관계 선임연구원인 켄 데클레바는 “푸틴의 자아개념은 실패나 나약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경멸한다”며 “코너에 몰린 약해진 푸틴은 더 위험하다. 곰을 우리에서 풀어줘 숲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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