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국경을 넘은 후 유모차를 밀고 가고 있다(기사와 관련 없음). 2022.03.03 AP 연합뉴스
지난 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 거주하던 교민 A씨는 현지인 배우자와 출생 1개월 된 쌍둥이 자녀 2명과 함께 지난달 말 루마니아로 출국했다.
탈출 과정에서 A씨의 가족은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출국을 위해 한국인 국적인 쌍둥이의 여권 발급을 요청했지만, 규정상 대사관이 있는 수도 키이우(러시아명 키예프)까지 직접 와야 발급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A씨 가족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확진된 탓에 대사관을 찾아갈 수 없었다.
또 A씨는 한국에 체류 중인 상황이었고, 현지인 부인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키이우까지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관은 여권을 우편으로 보내주거나 긴급여행증명서를 이메일로 발급해주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지난달 24일 키이우 침공 소식으로 공관원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실제 발급되진 않았다.
다만 체르니히우가 루마니아에서 가까워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었고, 이들의 상황은 공관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쯤에는 체르니히우에 공관원이 이동해 있었기 때문에 지원이 가능했지만, 루마니아 국경을 넘을 때 (이들 가족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실물 여권을 전달해야 하는데 전시 상황으로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의 부인은 지난달 27일 생후 한달 된 쌍둥이를 데리고 무작정 루마니아 국경으로 향했다. 다행히 이들의 호소가 받아들여져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A씨는 현재 루마니아로 출국했으며,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아 가족들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다.
A씨는 YTN과 인터뷰에서 “(아내가) 장모님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국경 근처부터 한 6∼7㎞ 걸었다고 하더라”면서 “아내가 억지로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을 통해서 해결은 됐지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다시 이런 일 좀 안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외로 떠난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약 83만 60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45만 4000명이 폴란드로 떠났고, 헝가리(11만 6000명), 슬로바키아(6만 7000명), 몰도바(4만 3000명), 루마니아(3만 8000명) 순으로 집계됐다.
UNHCR 측은 “지금까지의 피란민은 차가 있거나 유럽에 일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면서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더 취약한 사람들이 피란길에 오를 수 있다. 금세기 유럽 최대 난만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사태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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